《겨울방학이 시작됐다. 방학 기간 자녀의 공부만큼 건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자녀의 건강상태를 잘 살펴봐 두었다가 방학을 이용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질병검사나 치료를 받도록 한다. 방학 때 신경 써야 할 건강관리 항목들을 점검해 본다.》
■축농증
수술보다 먹는 항생제를… 생리식염수 세척 도움 평소 코가
잘 막히고 콧물을 자주 흘리는 아이들이 있다. 자녀가 코감기에 잘 걸린다면 비염, 축농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비염, 축농증 등 코 관련 질환은 건조한 겨울철에 더욱 심해진다. 코 질환이 있으면 호흡이 어려워 늘 머리가 멍하고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어린이는 성장에 장애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은 거의 하지 않는다.
김남수 대한소아과학회 전문위원은 “어린이들에게는 먹는 항생제를 이용한 치료법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면서 “방학 동안 3, 4주 집중 치료하면 비염과 축농증이 호전된다”고 말했다.
가정에서는 생리 식염수를 이용해 코에 있는 오염물질을 세척해 주면 좋다. 식염수를 코로 들이마신 후 입으로 뱉어내는 것이 가장 좋고, 이것이 어려울 때는 서너 방울 코에다 넣어주면 된다.
■야뇨증
안 쌌을 때 칭찬하는 게 약…야뇨 경보기도
5세가 넘어도 한 달에 두 번 이상 자면서 오줌을 싸거나, 오줌을 싸지 않던 아이가 전학을 한 이후나 동생이 생긴 이후 오줌을 싼다면 소아 야뇨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저녁식사 후 자녀에게 가급적 물이나 음료를 마시지 말도록 훈련을 시키고 잠자리에 들기 전 꼭 화장실에 다녀오도록 한다.
김광명 서울대병원 소아비뇨기과 교수는 “야뇨증 치료 원칙은 오줌을 쌌을 때 혼내기보다는 안 쌌을 때 칭찬해 주는 것”이라며 “야단을 치거나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하면 오히려 아이에게 불안감을 줘서 야뇨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야뇨증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으면 ‘야뇨 경보기’를 이용해 볼 수 있다. 야뇨 경보기는 속옷에 부착하도록 고안된 장치로 오줌을 싸면 경보기가 울려 잠에서 깨게 된다. 자꾸 반복하면 나중에는 방광에 소변이 찼을 때 스스로 일어나 소변을 보는 습관이 드는 일종의 조건반사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틱장애
정서적 안정이 최우선… 만성 틱은 약물치료
자녀가 눈을 자주 깜빡이고, 코를 킁킁거리거나 씰룩거리고, 어깨를 들썩인다면 틱장애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틱’은 갑작스럽고 빠르고 반복적으로 근육이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운동틱’뿐 아니라 킁킁 소리를 내거나 상황과 관계없는 말들을 반복하는 ‘음성틱’도 있다. 틱장애는 대개 6, 7세 전후에 발병하며 눈을 깜박이는 증세가 가장 흔하다.
일시적 틱장애는 정서적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잘 치료해 주면 1년 이내에 없어진다. 자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을 줄이고, 놀이치료로 정서적 안정을 되찾게 해 주는 것이 급선무다.
1년 이상 계속되는 만성적 틱장애는 심리적 장애라기보다 대뇌의 운동조절중추 이상에 따른 의학적 장애에 가깝기 때문에 약물치료에 더 집중해야 한다. 김붕년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최근 3, 4년 사이 부작용 없이 틱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됐다”면서 “틱장애 어린이는 주변의 놀림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 쉽고 강박증상 때문에 2차적 장애가 올 수 있는 만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체중
열량 평소보다 30% 적게… 운동 습관 만들게
자녀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면 겨울방학이 중요한 시기다. 방학 동안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을 지키면 개학 때 몰라보게 날씬한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 한창 자라는 나이라는 점을 고려해 갑자기 열량을 크게 줄이기보다는 평소보다 30% 적은 양의 식사를 차려 준다.
반찬을 가려먹는 자녀라면 ‘신호등’ 요법을 쓰는 것이 좋다. 빨간색 음식(육류)은 피하고, 초록색 음식(야채)은 권장하며, 노란색 음식(계란 두부)은 상황에 따라 먹을지 말지를 판단하도록 자녀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아이가 제때 식사를 하지 않는다면 간식을 줄여 식사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싫어하는 재료는 잘게 다져 안 보이게 넣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그릇에 담아 자연스럽게 손이 가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정기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항비만약은 청소년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따르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