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10명중 1명 치솟는 금리에 전전긍긍
《가정주부 이성숙(37·경기 파주시 교하읍) 씨는 요즘 은행 통장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이자로 지난달에는 107만 원이 계좌에서 빠져나갔다. 이 씨는 지난해 4월 파주시 교하읍에 128m²(39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하며 시중은행에서 3년 거치 후 분할상환 조건으로 2억2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대출 당시만 해도 월 이자는 94만 원이었다. 1년 7개월 만에 월 이자가 13만 원 늘어났다. 연간으로는 156만 원이다. 이제 매년 부담해야 할 대출 이자는 1284만 원(107만 원×12개월)이 됐다. 이 씨는 “도대체 왜 금리가 올라가는지, 언제까지 이렇게 올라갈 것인지 답답하다”고 하소연한다. 이 씨처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라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국내 주택담보대출자가 489만 명(금융감독원 추산)에 이르니 10명에 한 명꼴로 이런 고민을 안고 있다.》
○ 급증하는 이자에 허리 휘는 가계
국내 예금취급기관(예금은행, 저축은행 등 포함)의 가계대출 잔액은 10월 말 기준으로 467조8709억 원.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19조8649억 원으로 47%를 차지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해 말 연 4.86%에서 21일 현재 연 5.78%로 0.92%나 뛰었다. 1년 만에 주택담보대출자들이 금리 상승으로 추가 부담하는 돈만 2조228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을 받은 직장인들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신용대출 금리는 대출 후 첫 3개월간은 CD 금리, 그 이후는 금융채(AAA등급 기준) 금리에 연동되는 게 대부분이다. 1년 만기 금융채 금리는 지난해 말 연 5.01%에서 21일 현재 연 6.00%까지 올랐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들도 올해 1학기는 연 6.59%, 2학기는 연 6.66%를 부담했으나 내년 1학기에는 연 7%대의 이자를 물어야 할 처지다.
○ 내년에도 금리 상승 가능성 높아
금리가 오른 것에는 증시로의 자금 이동에 따른 은행권 자금난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에 따른 국제 신용 경색이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주식형 펀드(해외펀드 포함) 설정액은 지난해 말 46조 원에서 지난달 말 106조 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반면 보통예금 등 은행이 고객들로부터 싸게 빌려 쓰던 저(低)원가성 예금은 같은 기간 12조 원 줄어들었다.
대출해 줄 돈이 부족한 은행들은 CD나 은행채를 찍어 내며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채권 시장에서 CD와 은행채 공급이 많아지면서 금리 상승(채권값은 하락)이 이어졌다. CD 금리는 지난해 말 연 4.86%에서 21일 현재 연 5.78%로 0.92%나 뛰었다.
올 8월부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우려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것도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는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와 CD 만기자금이 49조 원에 달해 은행들이 새로 은행채와 CD를 발행해야 하는 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금리 상승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펀드 팔아 빚 줄이는 게 재테크
내년에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연체율이 높아져 은행 경영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경제연구본부장은 “한국판 서브프라임을 막기 위해서는 기존 변동금리부 담보대출에 대한 이자상한선 설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해 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나은행 대치동골드클럽 양재진 PB팀장은 “고정금리로 대출을 갈아타는 방법은 이미 늦었다”며 “신용상태가 바뀌었다는 점 등을 내세워 거래 중인 금융기관에서 금리를 낮추거나 원금 상환 시점을 늦추는 등 은행과 협상을 시도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김은정 재테크팀장은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대출자들이 예금이나 펀드에 들어간 자금을 빼서 대출 원금을 하루빨리 줄여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