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나라가 재산 관리하는 사회주의 국가 가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후회만 되네요
중년에 접어든 강모 씨는 지금껏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생활에 여유를 느껴 본 적이 없다. 동창회에서 만나는 친구들이 큰 집으로 이사했다느니, 외제 차를 샀다느니, 골프 실력이 늘지 않아 고민이라느니 하면서 자랑할 때마다 강 씨는 한쪽 구석에서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어느 날 신문을 보던 강 씨는 국가가 모든 재산을 소유하고 국민에게 먹을 것을 골고루 나눠 주는 ‘디스토피아’란 곳이 있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이런 국가야말로 무릉도원이라고 생각한 강 씨는 이민 신청을 했다. 디스토피아 국가에 이민 가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 것이며 나에게까지 기회가 올까 하는 우려와 달리 이민 허가를 쉽게 받은 강 씨는 흐뭇해했다. “역시 좋은 국가는 성실한 사람을 알아보는군.”
강 씨는 국가가 지정해 준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먹을거리와 옷가지가 국가로부터 지급됐다. 자신과 동료들이 받는 것에 차이가 없어서 기죽을 일도 없었다.
강 씨는 이상한 현상 하나를 발견했다. 이민 오기 전에 일하던 공장에서는 반나절이면 만들었던 물건을 이곳에서는 하루 종일 일해서 겨우 만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품질이 더 좋지도 않았다.
강 씨는 동료들에게 이 점을 말했지만 반성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녹슨 기계나 성능이 나쁜 로봇처럼 아무 생각 없이 맡은 일만 느릿느릿 할 뿐이었다.
“일을 더 한다고 국가가 먹을 거나 입을 걸 더 주지도 않는데 무엇 때문에 열심히 일해요?”
동료들은 강 씨를 비웃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강 씨도 마음을 바꾸어 시간 때우기 식으로 일하기 시작하니 이보다 더 편할 수 없었다. 물건을 잘 만들 필요도, 재료를 아낄 이유도 없었다. 어차피 내 것이 아닌데.
강 씨는 디스토피아의 집들이 왜 하나같이 우중충하고 지저분한지 이해하게 됐다. 국가 소유의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단장해 보았자 집값이 올라가지도 않고 자신의 재산이 많아지지도 않으므로 아무도 집을 가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강 씨는 이민 온 걸 후회했다.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고 비록 적었지만 내 것을 갖고 소중히 아끼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졌다. “나 다시 돌아갈래!”
●이해
지킬 재산 없어 대충 살게 되니까요
짐승도 자기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으며, 자신의 소유물이 침범당하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그러니 자기만의 소유물을 갖고 싶어 하며 자기 재산을 늘리려고 애쓰는 본성이 인간에게 있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와 같은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는 제도가 사유재산권이다. 사유재산권은 사람들이 땅, 기계, 노동, 자원, 돈, 기업 등을 자기 이름으로 소유하고 자신의 의지로 마음껏 이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권리다.
사유재산권이 있어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할 동기를 갖는다. 학생이 게임을 마다하고 코피를 흘려 가며 공부하는 이유도, 상인이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노력의 대가가 자신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학생이 얻는 성적이 학교 전체의 평균 성적을 계산하는 데에만 반영된다거나, 상인이 번 돈이 모두 시장의 수입으로 귀속된다면 밤을 새우는 학생이나 새벽부터 문을 여는 상인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사회는 발전이 없다. 사유재산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이다.
자본주의의 발전은 사유재산권이 있어 가능하다. 국가나 사회를 위해서 일하자는 거창한 구호에 맞춰 경제 행위를 하는 것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사유재산을 늘리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낳는다. 개인의 이익 추구가 개인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사회의 이익까지 증진시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명예와 부를 위해서 몇 년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하는 운동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개인과 가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 신제품을 개발하고 수출하는 기업들이 그에 따른 이윤을 차지하지만, 이들 기업이 있기에 국가가 성장한다.
자본주의 체제를 실험적으로 적용했던 중국마저도 사유재산의 역할을 깨닫고 2007년 10월부터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법을 제정했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사회주의 공유 체제를 포기하는 순간이었다. 사유재산은 국가도 춤추게 한다.
한진수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학 박사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