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베이어 도입 단순화-표준화 실현
기계 전락한 노동자들 잇달아 떠나
(가) 패스트푸드점에는 전문화된 작업을 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 버거킹에서 제공하는 햄버거 고기의 지름은 정확히 9.84cm고 빵의 지름은 8.89cm다. 한쪽 끝에 올려진 냉동 상태의 햄버거 고기가 컨베이어를 따라 서서히 볼 속으로 이동하고 약 94초가 지나면 고기가 완전히 조리되어 다른 끝으로 모습을 드러낸다.(중략) 어떤 의미에서 패스트푸드점의 목표는 종업원이 인간로봇의 수준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맥도널드는 종업원을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기계들을 개발해 왔다.(중략)
패스트푸드 업계는 미국의 산업에서 가장 높은 연간 약 300%의 이직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패스트푸드점 종업원의 평균 근속기간이 4개월이고, 패스트푸드 업계의 전체 노동력이 1년에 세 번꼴로 바뀐다는 뜻이다.(‘맥도널드 그리고 맥도널드화’·조지 리처)
(나) 1900년대 초 헨리 포드는 적은 비용으로 매일 똑같은 형태를 가진 수천 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포드는 서로 교환 가능한 부품을 사용해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한 최초의 자동차 생산자였다. 각 부품이 항상 정확하게 똑같이 잘려지고 동일한 형태를 가져 노동자들은 숙련공이 아니어도 각 부품을 빠르고 쉽게 부착할 수 있었다.(중략)
1960, 70년대에 이르러 스웨덴의 많은 노동자들은(중략) 높은 결근율, 근무태만, 사보타주, 이직을 통해 조립 라인 근무를 싫어하는 태도를 행동으로 보였다. 스웨덴의 기업가들은 이러한 문제, 특히 이직의 문제를 무시할 수 없었다. 1960년대 스웨덴의 실업률은 매우 낮았기 때문에 그만둔 노동자의 자리를 메우기가 매우 어려웠다.
2008학년도 서강대 경제·경영학부 수시 2-1 논술고사는 ‘포드 시스템(Ford system)’을 주제로 했다. 패스트푸드와 자동차 생산 방식이 가지는 공통점을 찾고 이 생산 방식이 초래하는 문제를 추론한 후 기업의 개선 방안을 설명하도록 했다.
1903년 포드자동차회사를 창립한 포드는 공장의 경영 합리화를 위해 ①제품의 표준화 ②부품의 단순화 ③작업의 전문화라는 3S운동을 전개하고, 흐름 작업 공정인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포드 시스템이라 한다.
‘작업자는 한 걸음 이상 움직여서는 안 되며 가능하면 한 걸음도 움직여서는 안 된다. 작업자는 허리를 굽힐 필요가 없다’는 포드의 ‘작업에 관한 일반원칙’이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해 실현됐다.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작업자의 활동은 완전히 기계적 자동적으로 통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유롭게 생산능률을 올리거나 내리려는 노동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컨베이어의 속도에 의해 과업이 정확히 조절된다. 노동자의 권리나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포드는 기업 경영의 목적을 이윤 추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저가격과 고임금의 원칙(law of low prices and high wages)’을 중심으로 기업 경영의 영리주의를 부정하고, 봉사주의를 주장했다. 경영을 사회 대중에 대한 ‘봉사’로 생각하고 영리추구나 투기가 아님을 강조했다. 특히 ①미래에 대한 공포, 과거에 대한 존경을 버릴 것 ②경쟁을 위주로 하지 말 것 ③봉사가 이윤에 선행할 것 ④값싸게 제조하여 값싸게 팔 것 등 4개의 봉사원칙을 세웠다. 경영이 봉사를 사회 대중에게 제공하는 한 경영의 존재가 합리성을 가진다고 봤다. 봉사주의는 결코 이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 추구 목적을 부정할 따름이다. 이와 같은 포드의 독특한 경영철학 내지 사상을 ‘포드주의(Fordism)’라 한다.
한경동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