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10초전 다운… 경기 끝난뒤 다시 의식 잃어
뇌출혈 긴급 수술… 회복돼도 선수생활 힘들듯
세계 타이틀 도전에만 4번째로 나서려던 ‘링 위의 오뚝이’ 최요삼(35·사진)이 경기 후 병원으로 옮겨져 뇌수술을 받았으나 중태다.
세계복싱기구(WBO) 인터콘티넨털 플라이급 타이틀 매치가 열린 25일 서울 광진구 광진구민체육센터.
최종 12라운드 종료 10초 전. 그때까지 상대를 리드하던 최요삼이 도전자인 인도네시아의 헤리 아몰(23)이 날린 오른손 훅을 맞고 링 위에 쓰러졌다. 최요삼은 곧바로 일어났다. 태국의 사왕 타위쿤 주심은 카운트 8까지 세며 최요삼에게 다시 싸울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최요삼은 주먹을 들어 보이며 경기 재개 의사를 밝혔다. 주심이 곧바로 경기 재개를 선언하는 순간 종이 울리며 경기가 끝났다. 그러나 이때 최요삼은 다시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그가 들것에 실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으로 실려 가는 동안 경기 결과가 발표됐다. 3명의 심판이 116-111, 118-108, 117-110의 3-0 전원 일치로 최요삼의 판정승을 인정했다.
타위쿤 주심은 “최요삼이 분명이 싸울 의사를 밝혀 경기가 재개됐고, 그가 쓰러진 것은 경기가 끝난 다음이다. 판정 결과는 규정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최요삼은 병원에서 뇌출혈로 수술을 받았으나 뇌가 부어올라 수술을 중단한 후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고 가족 측은 밝혔다.
병원 측은 “앞으로 2, 3일이 고비”라고 말했다. 최요삼은 회복 후에도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복싱 팬들은 1982년 김득구 선수가 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14회 KO로 패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나흘 후 사망한 ‘비극’이 재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당시 사고 직후 WBC와 WBA는 세계 타이틀전을 15회전에서 12회전으로 줄였다.
최요삼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노장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수백 km의 로드워크를 소화했다. “너무 배고프고 지치고 힘들어서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할 정도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촬영 : 이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