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2008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이자 서양화가인 이두식 홍익대 미대 교수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 터져 나오자 미술계의 첫 반응은 “또?”였다.
신정아 씨의 가짜 박사 사건, 박수근 이중섭 위작 사건, 삼성의 비자금을 이용한 미술품 구입 의혹의 파문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니, 이 같은 반응은 너무나 당연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24일 문화예술시민단체인 ‘예술과 시민사회’가 “이 교수가 2005년 일본 교토조형예술대 대학원에서 받은 박사 학위 논문 중 85%가 국내 11개 석·박사 학위 논문을 표절 또는 짜깁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면서.
파문이 확산되자 이 교수는 26일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이 교수의 설명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교토조형예술대에서 받은 박사 학위의 성격이었다. 그것은 일본 대학들이 종종 수여하는 이른바 ‘논문박사학위’였다. 과정을 이수한 뒤 논문으로 학위를 받는 게 아니라 논문만 통과하면 받을 수 있는 학위다. 예술인처럼 특정 분야에서 성취를 이룬 이들이 주로 받는다. 박사 과정에 입학하지도 않고, 등록금을 내지도 않는다. 논문으로 일종의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셈이다.
이 교수의 논문은 자신의 작품론을 논문 형식으로 작성한 것이다. 1, 2부는 이론이고 3부는 작품론이다. 이 중 1, 2부가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1, 2부에 다른 논문을 인용하면서 각주를 달지 않은 것에 대해선 할 말이 없고 이것을 표절이라고 지적한다면 반박하지 않겠다”며 “이 논문이 학술 논문이라면 표절이라고 하겠지만 내 작품을 다룬 작품론이기 때문에 표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해명이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창작 행위에서나 학위 논문에서나 그 기준의 엄정함이 다를 순 없다. 명예박사학위용 논문이라고 해도, 그것이 또 자신의 작품론이라고 해도 논문은 논문이어야 한다.
유독 불미스러운 사건이 잇따른 2007년 미술계. 내년엔 미술인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또?”라는 탄식이 나오지 않길 기대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