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한국형 스릴러
영화 끝나도 반전은 계속돼
군대내 동성애 파격적 묘사
올해 한국 영화가 이룬 성취 가운데 하나는 그동안 취약 분야로 꼽혀 왔던 스릴러 장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는 점이다. ‘극락도 살인사건’과 ‘세븐데이즈’가 흥행에 성공했고 흥행은 안 됐지만 ‘리턴’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바람의 파이터’ ‘홀리데이’의 양윤호 감독이 만든 올해 한국형 스릴러의 마지막 타자 ‘가면’(27일 개봉)은 굳이 비교하자면 과학적 수사 기법에 대한 강조, 흔들리는 영상, 현란한 조명, 빠른 편집이 ‘세븐데이즈’과라고 볼 수 있다.
끈끈한 분위기의 재즈 클럽에서 노래하는 뇌쇄적 여가수의 모습과 두 남녀의 정사 장면이 번갈아 나오는 첫 장면부터 비주얼은 감각적이다. 밤거리를 질주하는 명품 모터사이클, 환락적인 게이 바 등 소재와 공간에도 힘을 줬다. 심지어 경찰서 내부도 미국연방수사국(FBI) 본부처럼 ‘폼’ 나게 만들었다.
한 스포츠센터에서 두 남자가 살해당한 사건을 조사하던 조경윤(김강우)과 박은주(김민선) 형사는 죽은 두 사람이 10년 전 군대 동기로 폭행사건의 가해자였음을 알게 된다. 당시 사건의 피해자인 이윤서는 총기 자살을 시도했다가 제대 후 종적을 감췄다. 세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이들은 이윤서의 복수극을 의심한다. 그런데 경윤이 왠지 혼란스러워한다.
이 영화는 남성 동성애자 간의 사랑과 그들의 정체성 혼란, 군대 내의 동성애자 성폭행까지 건드리는 과감함을 보여 준다. 툭툭 내던지는 대사 속에 동성애 혐오의 기운이 느껴져 내심 불안했다. 결론적으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여전한 사회적 냉대라는 현실을 보여 주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불쾌해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반전이 거듭된다. 심지어 영화가 끝나고 감독 이름이 자막으로 나와도 자리를 뜨면 안 된다. 마지막에 또 다른 반전이 있으니까. 반전은 놀랍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대사 하나 하나에 신경 쓰며 치밀하게 두뇌게임을 즐기던 관객이라면 황당함을 느낄 만한, 반전을 위한 반전의 혐의가 짙다. 청소년 관람 불가.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