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명예, 사랑하는 아내도 얻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짐을 쌌다. 그는 “내려가는, 잊혀져 가는 선수로 기억되기는 싫다. 내가 아직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찬호(34·사진)가 26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장소는 공항이 아닌 서울 도심의 한 호텔. “공항에서 하면 여러분(기자들)도 불편하고 그러니까요.”
확실히 13년 전과 달랐다. 앳된 대학생(한양대 2년)이던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된 그는 통산 113승을 거두며 거물 투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 거의 대부분을 마이너리그에서 머물며 ‘한물간 게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다. 이제 그는 친정팀 다저스로 돌아가 재기를 꿈꾼다.
초청 선수 자격으로 떠나는 그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쪽 감독이 바뀌고 경쟁이 심할 거예요. 제가 잘해도 자리가 없을 수도 있죠. 그러면 다른 팀에서 뛸 각오도 있습니다. 구원으로 뛰는 것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그는 “내년 한 시즌을 메이저리그에서 보내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박찬호는 내년 2월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한다. 그는 “내년에는 2세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