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스 마법 ‘돌풍’ 그라운드 추태 ‘역풍’
3월 3일 성남 일화와 전남 드래곤즈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11월 11일 포항 스틸러스와 성남의 챔피언 결정 2차전으로 막을 내린 올해 프로축구 K리그는 크고 작은 사건들로 점철됐다.
그 시작과 끝에 외국인 감독의 돌풍이 있었다. 첫 돌풍은 세뇰 귀네슈 FC 서울 감독의 작품.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터키를 4강에 올려놓은 그는 이청용과 기성용 등 ‘젊은 피’를 앞세운 공격축구로 초반 컵 대회를 포함해 7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며 K리그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이는 4월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수원 삼성의 라이벌전에서 역대 최다 관중(5만5397명) 기록으로 이어졌다.
주전들의 연쇄 부상으로 서울의 돌풍이 스러진 뒤 리그 7회 우승팀인 성남의 독주가 장기간 펼쳐졌고, 막판엔 수원과 성남의 선두 다툼이 치열했다. 하지만 올해의 주인공은 플레이오프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마법처럼 우승컵을 거머쥔 포항 스틸러스와 브라질 출신의 세르지우 파리아스(사진) 포항 감독이었다.
포항은 초반 12경기 연속 무승(5무 7패)에 허덕였지만 후반에 힘을 내며 5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더니 플레이오프에서는 경남 FC, 울산 현대, 수원, 성남을 연파하며 우승컵을 안았다.
그라운드도 ‘외국인 천하’였다. 득점 10위 안에 한국 선수는 2명뿐. 2000년만 해도 득점 10위 안에 외국인 선수가 2명이었는데 7년 만에 상황이 뒤바뀐 것.
그라운드를 무대로 한 추태도 끊이지 않았다. 9월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수원전에서 인천 임중용과 수원 에두가 서로 침을 뱉는 장면이 전광판에 반복 상영되자 관중이 흥분해 경기장 위로 오물 등 이물질을 투척해 난장판을 만들었다.
K리그는 아니지만 10월 3일 전남 드래곤즈와 인천의 FA컵 4강전에서는 인천 방승환이 퇴장 명령에 웃통을 벗어던지며 거세게 항의하다 1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9월 2군 리그 경기에선 안정환(수원)이 상대편 응원단의 야유와 조롱에 격분해 관중석까지 올라가 항의하는 사건이 있었다. 10월 21일 울산과 대전 시티즌의 6강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울산 골키퍼 김영광은 팬들이 던진 물병을 도로 관중석에 집어던져 징계를 받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