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2연패 도전 레슬링 정지현
체중을 빼야만 사는 남자가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체중을 뺐다가 단숨에 회복해야만 살아남는다. 1주일 만에 9kg을 뺀 뒤 하루 만에 거짓말처럼 원상회복을 한다. 레슬링 선수 정지현(24·사진) 얘기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0kg급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내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태릉선수촌에서 그를 만났다.
○ “하루 만에 9kg 늘린다고 하면 믿지를 않아요”
평소 체중이 69kg 남짓인 정지현은 60kg급에 출전하기 위해 매번 9kg을 뺀다.
감량 시작은 대회 1주일을 남기고부터. 식사량을 평소 3분의 1로 줄이고 땀복을 입고 운동을 하며 몸의 수분을 쥐어짠다. 계체일을 2, 3일 앞두고부터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입은 타들어가고, 뱃가죽은 등에 달라붙고, 온몸의 수분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죠. 잠도 거의 못 자 죽을 지경입니다.”
하지만 대회 전날 오후 5시 열리는 계체를 통과하면 정반대 상황이 펼쳐진다. 떨어진 기력을 경기 전까지 회복하기 위해 ‘식신(食神)’처럼 먹기 시작하는 것.
먼저 뜨거운 차로 속을 달래고 빵, 밥, 국 등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그의 표현대로 ‘배 터지게 먹고, 쉬었다가 또 배 터지게 먹는’ 과정이 밤늦게까지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하룻밤 새 원래 체중으로 회복된다는 것. 속은 다소 불편하지만 몸에 힘이 붙는 게 느껴진단다.
“제가 원래 식탐이 많아서 체중 조절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단기간에 빼고, 찌고를 반복하다 보니 건강에도 안 좋겠죠.”
○ “올림픽 2연패 달성하고 은퇴해야죠”
사실 정지현은 체중 감량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아테네 올림픽 이후 66kg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 대표팀에서 탈락하는 등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욕심이 컸어요. 막상 체급이 높은 선수들과 붙어 보니 솔직히 신장과 체격, 완력에서 밀리더라고요.”
정지현은 본래 체급인 60kg급으로 돌아와 9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4강전에서 사사모토 마고토(일본)에게 졌지만, 패자부활전에서 유리 두비닌(벨로루시)을 꺾고 동메달을 따내며 부활을 신고했다.
그는 다음 달 열릴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을 앞두고 다시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체중 감량에 나선다. “힘들지만, 글쎄요. 올림픽 2연패를 위해서라면 참아 내야죠.”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