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업의 우수성, 드라마로 알릴 겁니다
“새해에는 조선(造船)과 자동차, 반도체 등 산업 드라마를 제작해 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탠다는 생각입니다.”
김종학프로덕션의 김종학(56·사진) 대표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를 통해 한국 산업의 우수성을 알려 식어가는 한류(韓流) 바람을 ‘경제 한류’로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를 만난 곳은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양대병원 특실.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한창 촬영 중이던 9월 교통사고가 나 장(腸)수술을 받았지만, 제대로 쉬지 못하고 연출을 계속하다가 드라마가 끝난 뒤 다시 입원했다고 한다.
그는 병원에 찾아온 기자에게 시놉시스 한 권을 건넸다. 제목은 ‘거지와 왕자’였다. 생활환경이 상반된 두 젊은이가 조선업체에 입사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한국 조선업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리는 내용이라고 했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샌드위치처럼 끼여 있죠. 이를 극복하고자 바다로 뻗어나간 장보고의 이야기는 ‘해신’(2004년 KBS 드라마)을 통해, 대륙으로 진출한 광개토대왕은 ‘태왕사신기’로 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세계적인 한국 제조업을 조명하는 산업드라마를 만들 겁니다.”
수백억 원의 광고비를 들여 세상에 널리 알릴 수도 있지만, 드라마를 통해 한국 산업의 진취성과 발전상을 외국 소비자들에게 서서히 주입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김종학프로덕션은 ‘태왕사신기’뿐만 아니라 최근 조선 영·정조 시대를 그린 ‘이산’도 제작하고 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대선 전 한 여론조사에서는 드라마 인물 중 가장 이상적인 대통령 상(像)에 이산의 ‘영조’와 태왕사신기의 ‘담덕’이 1,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담덕이란 인물은 훌륭한 최고경영자(CEO)입니다. 교역량을 늘려 백성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전쟁보다는 외교를 통해 영토를 확장해 나가지요. 조선시대 영조는 국민을 먼저 생각한 임금으로 그렸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이 국민이 바라는 새 대통령 아닐까요.”
그는 인터뷰 내내 복부 통증으로 몸을 뒤척였다. 금식 중이어서 입이 바짝 말라 물로 입안을 자주 헹궈냈다. 하지만 드라마 얘기만 시작되면 말을 끊기가 힘들 정도로 열변을 토해냈다.
“연기자들의 몸값 때문에 제작비가 급증하고 방송사의 지원은 미흡해 중소 드라마 제작사들은 고사(枯死)하고 있습니다. 작품성을 바탕으로 해외 자본을 끌어들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죠. 김종학프로덕션은 태왕사신기를 무기로 일본에 상장(上場)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430억 원이 투자된 태왕사신기는 드라마 제작 측면에선 10억 원이 넘는 적자가 났다.
이에 대해 그는 “태왕사신기는 국내 방영권만 MBC에 제공하고 해외 판권 및 관련 상품 판매권 등은 모두 제작사가 갖고 있다”며 “해외 판권과 DVD 및 캐릭터 용품 판매 등을 통해 내년부터 거둬들일 순익이 116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할리우드의 거물 프로듀서 테런스 창 씨와 함께 아시아를 무대로 한 영화를 내년 하반기부터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테런스 창 씨는 우위썬(吳宇森) 감독과 함께 ‘미션 임파서블2’ 등의 할리우드 대작을 제작한 사람”이라며 “새 영화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배우와 스태프가 모여 액션 어드벤처물로 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김종학 대표는::
△1978년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77년 MBC 드라마 PD 입사 △1981년 드라마 ‘수사반장’ 데뷔 △1992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제작 △1995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 제작 △1998년 김종학프로덕션 설립 △2007년 퓨어나노텍 인수, 김종학프로덕션 코스닥 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