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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시대 대출이자 부담 이렇게 줄여라

입력 | 2007-12-27 02:59:00


갚을 건 갚고 은행과 재협상하라 깎을 건 깎고

《회사원 박모(37) 씨는 금리가 오른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죽을 맛이다.

2005년 8월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112m²(34평)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1억1500만 원을 은행에서 빌렸는데 대출 당시 매달 51만 원이었던 이자가 64만 원으로 늘었다. 돈이 생기면 갚을 생각에 아파트를 담보로 2000만 원을 마이너스통장에서 빌렸는데 갚기는커녕 이자 부담 등 지출이 늘면서 빌린 돈은 4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박 씨는 “내년부터 원금을 갚아 나갈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 씨처럼 이미 돈을 빌린 후라도 발품을 팔면 한 푼이라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발품 팔아 한 푼이라도 절약

신한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에서는 그동안 이용 실적이 쌓여 우량고객이 됐을 경우 은행을 찾아 기존 대출에 우대금리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권혁준 하나은행 기획팀 대리는 “급여이체, 신용카드 발급 등 은행에서 금리를 깎아 주는 요건을 충족하면 대출을 받은 후라도 해당 항목만큼 금리 우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신한은행에서는 현재 내는 금리가 신규 대출금리보다 높을 경우 협의를 거쳐 신규 금리 수준까지 깎아 주고 있다.

대출을 받은 후 신용 상태가 좋아졌다면 신용대출에 한해 금리를 조정할 수 있다. 조건이 좋은 직장으로 옮겼거나 직장에서 승진했거나 급여가 크게 늘어난 경우,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 최고 0.6∼1.3%포인트를 깎을 수 있다.

○ 예적금,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 활용

여러 종류의 대출을 받은 경우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예적금담보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은행들은 납입금을 담보로 예금, 적금 금리에 1∼1.5%포인트를 더한 이자를 받고 납입금의 90∼95%까지 돈을 빌려 준다. 예를 들어 연 4.5%짜리 정기예금에 1억 원을 넣어두고 있다면 은행에서 이를 담보로 연 6%에 9000만∼9500만 원을 빌릴 수 있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경우 중도에 해지했을 때 금리가 연 0.5∼1.5%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예금을 담보로 빌린 돈을 갚는 방법이 예적금을 해지한 뒤 대출을 상환하는 것보다 낫다.

조규태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 과장은 “다른 대출보다 금리가 저렴한 만큼 예적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을 일부라도 상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 카드론을 상환해도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때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으려면 대출금의 약 0.6%를 설정비로 부담해야 하므로 이미 빌린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추가로 돈을 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예전에 담보 설정을 해뒀다면 설정비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다. 아파트 값 상승으로 담보인정비율(LTV)에 여유가 생긴 경우에도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투기지역에서 5억 원짜리 아파트가 6억 원으로 올랐다면 같은 금리로 6000만 원을 더 빌릴 수 있으니 이 돈으로 신용대출 등을 상환하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경만 신한은행 개인고객부 차장은“중도상환수수료를 내는 기간(보통 3년)이 지났다면 장기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도 금리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고정금리 상품인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은 20년 만기가 금리 연 6.3∼6.7%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상품보다 낮다. 다만 고정금리 상품은 가입조건이 까다롭고 대출을 갈아탈 때 3월 이후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조만간 갚을 계획이 아니라면 마이너스통장 대출도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로 전환하는 게 좋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가 일반 대출보다 0.5∼1%포인트 높다.

○ 원금 못 갚으면 거치기간을 늘려야

당장 원금을 갚을 여유가 없다면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는 기간이 끝나면 재약정을 통해 거치기간을 다시 설정할 수 있다.

고광래 국민은행 가계여신부 팀장은 “원금을 상환하는 중이라도 다시 대출을 받아 거치기간을 설정하면 그 기간에는 이자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

그 밖에 국민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은 원금을 갚는 중에도 상환 방식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앞으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초기 부담이 있더라도 원리금균등상환보다는 원금균등상환이 유리하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