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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넘겼으니 서민 지원에 충실해야죠”

입력 | 2007-12-27 02:59:00


권오만 신협중앙회장

고개를 숙인 채 은행을 나서던 배우 조재현은 한 간판 아래 멈춘다. 그리고 잠시 후 웃으며 문을 열고 나온다. “안 되긴, 신협에선 되는구먼.”

신협이 4년 만에 선보인 이 TV 광고에는 부실 논란에서 벗어나 다시 서민들의 친구가 되겠다는 신협의 각오가 담겨 있다.

그동안 신협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다.

외환위기, 신용 대란(大亂)을 거치며 방만한 경영, 임직원 횡령, 전문성 부족 등이 드러났고 조합 3곳 중 1곳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거듭나 올해는 1011개의 신협 자산이 최초로 27조 원을 돌파했고, 올 상반기(1∼6월) 부실대출비율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0.9%포인트 줄어든 2.6%를 나타냈다.

권오만 신협중앙회장은 “내년 상반기 중 수표와 자체 체크카드를 발행할 예정”이라며 “이제는 어느 정도 부실을 털어낸 만큼 서민들에게 양질의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협중앙회는 이를 위해 은행에서 소외된 농어민, 자영업자, 중소기업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자금조달을 위해 우량 조합원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신협은 올해 전문직을 위한 예금 및 대출, 여행을 위한 적금, 체중 감량 시 추가금리 혜택을 주는 예금 등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우량조합 육성에도 힘을 쏟아 자산 2000억 원을 돌파하는 조합들이 속속 생겼다.

권 회장은 “보험 부문을 확장하고 자산 성장과 투명한 경영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며 2010년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제2의 도약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협이 앞으로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 신협이 대형화, 겸업화 추세인 만큼 국내에서도 아직 1개구로 한정돼 있는 영업구역을 확대하고 수익증권 판매 등 제공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권 회장은 올해 9월 24개국, 3800만 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아시아신협연합회(ACCU)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한국 신협이 전 세계 92개국 중 자산규모로 3위인 만큼 기여할 바도 많을 것”이라며 “저개발국에 대한 교육 지원, 기술 조언, 재정적 지원 등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