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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 봅시다]LG전자 MC사업본부장 안승권 부사장

입력 | 2007-12-27 02:59:00


휴대전화는 내 분신… 들고 다니는 것만 10개

LG전자 휴대전화 사업의 사령관 격인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사업본부장 안승권(50·사진) 부사장.

그가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평균 10여 개. 호주머니에 2개, 자동차에 3개, 사무실 책상 위에 5∼7개가 늘 있다.

안 부사장은 “고객의 처지에서 LG 휴대전화의 각종 기능을 끊임없이 점검한다. 개발진이 간과하기 쉬운 ‘작고 미세한 부분’을 주로 살핀다. 나중엔 전화가 걸레처럼 된다”며 웃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 집무실에서 안 부사장을 만나 그의 휴대전화 인생과 포부를 들어 봤다.

○ 휴대전화 사랑, 고객 사랑

안 부사장은 올해 1월 MC사업본부장을 맡기 전까지 약 24년간 연구소에서 근무한 기술 전문가이다.

LG전자 관계자들은 “안 부사장은 연구원 시절에도 ‘모든 기술 개발은 고객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에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고객경영 사고가 투철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아무리 좋은 기술도 고객이 필요로 하지 않는 기술은 결국 낭비일 뿐”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런 고객 사랑에 좋은 실적이 화답했다. 지난해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던 LG 휴대전화가 올해는 목표치인 800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안 부사장은 “예전에는 휴대전화를 만들어 그냥 시장에 던져 놓았다면 이제는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제품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걸 맞추는 방식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11월 말 하루 만에 허위로 밝혀진 ‘휴대전화 폭발 추정사고’ 때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 사고의 진실이 조금만 늦게 규명됐어도 ‘1년간 쌓은 공든 탑이 며칠 만에 무너지는’ 피해를 볼 위기였다.

당시 안 부사장은 인도에 출장 중이었다.

“바로 공항에 가려고 호텔에서 서둘러 이를 닦는데 아무래도 치약 맛이 이상하더군요.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면도할 때 쓰는 ‘셰이브 크림’을 칫솔에 발랐더라고요.”

○ 골목대장 전략을 기대하라

안 부사장이 개발을 주도한 대박 폰인 ‘초콜릿폰’은 세계적으로 무려 1500만 대가 넘게 팔렸다. 후속 모델인 ‘샤인폰’과 명품 폰인 ‘프라다폰’도 시장의 반응이 좋다.

다음 대박 폰은 뭘까?

그러나 안 부사장은 “내년부터는 초콜릿폰 같은 대박 폰보다 특정 고객군에 맞는 기능 폰, 특화 폰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20여 개의 휴대전화 고객군 중 10개 정도에서 각각 300만∼400만 대 팔리는 휴대전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근 선보인 500만 화소 카메라폰 ‘뷰티(Viewty)폰’과 ‘랩소디 인 뮤직폰’이 대표주자인 셈이다.

안 부사장은 이런 전략을 ‘골목대장론(論)’이라고 지칭했다. 20여 개의 휴대전화 골목(고객군) 중 절반 정도는 1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1시간 남짓 걸린 인터뷰 중 ‘날(edge) 선’이란 표현을 입버릇처럼 자주 사용했다. 예를 들어 ‘날 선 제품’은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제품이란 뜻이다.

“저는 날 선 것을 좋아합니다. (평범하지 않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칼을 자주 갑니다.”

그가 날 선 칼로 내년도 휴대전화 전쟁터에서 벌일 ‘정면 승부’가 기대된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안승권 부사장은::

△1957년 광주 출생 △1980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92년 서울대 공학박사 학위 취득 △1995년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객원연구원 △1996년 LG전자 미디어통신연구소장 △2004년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연구소장(부사장) △2007년 1월∼ LG전자 MC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