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과 있는 곳에 믿음 있다
[2] 미래 성장동력을 선점하라
[3] 글로벌 경영 더 발 빠르게
재계의 연말 정기 인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4대 그룹 중 LG와 SK가 인사를 마쳤고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르면 28일 인사가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와 한진, 현대중공업, 신세계, STX 등 상당수 그룹도 모두 인사를 매듭지었다.
다만 특별검사 수사가 예정돼 있는 삼성그룹은 내년 3월 주주총회가 열리기 직전에야 인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재계는 올 연말 인사의 특징으로 △성과주의 확산 △신(新)성장동력 확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3대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내년에도 불투명한 경제 여건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업의 생존과 성장전략을 모두 함축한 3대 키워드는 아직 인사를 끝내지 못한 다른 기업들에도 인재 발탁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력 있으면 40대 초반도 임원으로 발탁
성과주의는 올해 사상 최대의 경영 성과를 낸 LG에서 두드러진다.
LG화학 김반석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지주회사인 ㈜LG 강유식 부회장, LG전자 남용 부회장과 함께 주력 업종의 부회장 체제를 구축했다. 박진수 부사장도 전문성을 인정받아 LG화학 사장으로 승진했다. 초콜릿폰, 샤인폰 등 올해 대박 상품을 잇달아 내놓은 LG전자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의 곽우영 배원복 송대현 상무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올해 가입자 780만 명 달성에 한몫한 LG텔레콤 민응준 CRM(고객관계관리)담당과 박상훈 전략기획팀장, 권준혁 기술전략담당 등 역량을 입증한 40대 초반의 젊은 인재도 임원으로 발탁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올해 1∼9월 사상 최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한 19개 계열사 사장단을 모두 유임시켰다.
한진그룹도 대한항공 강영식 전무와 서용원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46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성과주의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사업부문별 책임경영을 강화한 ‘사내독립기업제(CIC)’를 도입해, 잘나가는 사업부문에 부진한 부문이 묻어가는 것을 어렵게 했다.
R&D 인력 대거 승진… M&A 전문가 영입
조선이 주력인 현대중공업은 종합중공업회사로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말 인사에서 전체 69명 중 55명을 비(非)조선 부문에서 승진시켰다.
이달 초 정기 인사를 실시한 신세계는 자체 브랜드(PL) 전략을 강화하고 ‘이마트발(發) 가격혁명’을 확산시키기 위해 상품개발본부를 신설하면서, 정오묵 신세계마트(옛 월마트) 부사장을 본부장에 선임했다.
미래성장사업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우선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운 LG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상무로 신규 선임된 84명 가운데 21%인 18명을 연구개발(R&D) 인력 중에서 승진시켰다.
또 LG전자는 ㈜LG의 경영관리팀장으로 근무하며 LG의 통신·서비스 계열사의 사업전략 분석 및 미래성장엔진 발굴에 기여한 남영우 부사장을 아시아지역사업본부장(사장)에 기용했다.
LG화학은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글로벌 컨설팅사인 ‘부즈 앨런 해밀턴’에서 신사업 전략 및 인수합병(M&A) 분야 전문가로 일한 남철 상무를 전문위원으로 영입했다.
해외사업 인재 깜짝 승진 인사도
올해 7월 지주회사 전환을 선포한 SK는 최태원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신헌철 SK에너지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글로벌 경영 가속화에 나섰다.
STX그룹도 글로벌 경영에 목표를 두고 26일 전 계열사를 해운·무역, 조선·기계, 플랜트·건설, 에너지 등 4대 사업부문으로 나누고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64명에 대한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또 LG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영직 신규 선임 임원 60여 명 가운데 20%를 해외사업 분야를 담당하는 인력으로 발탁했다.
신세계는 중점 추진 분야인 중국사업 강화를 위해 이마트 상하이(上海) 법인장인 정민호 부장을 평균보다 4년 앞당겨 상무로 승진시키는 깜짝 인사를 했다.
올해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은 건설업계도 해외 경쟁력 강화가 올 연말 인사의 화두였다.
GS건설은 글로벌 사업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는 한편 중동영업담당 허선행 상무를 플랜트 해외영업을 총괄하는 플랜트해외영업부문장(전무)으로 승진시켰다. 대우건설은 해외영업 부문을 석유화학 에너지 토목 건축 등 4개 팀으로 구성된 독립본부로 격상시켰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