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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發 성탄카드

입력 | 2007-12-27 02:59:00


2개월전 사망 미국인, 생전 이발사에 배달 부탁

“하느님이 특별허락했다” 친인척에 마지막 장난

천국에서 보낸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두 달 전 미국 오리건 주에서 88세로 사망한 체트 피치 씨의 가족과 친구 34명은 올해 크리스마스에 이런 꿈같은 경험을 했다. 피치 씨가 직접 손으로 쓰고 서명한 카드가 배달된 것. 발송 주소는 ‘천국’으로 돼 있었다.

26일 영국 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피치 씨는 카드에 ‘하느님이 지상으로의 외출을 특별히 허락했다’고 썼다. “살짝 빠져나가 카드를 전하고 와도 되겠느냐고 하느님께 물었지. 처음엔 안 된다고 하셨지만 고집을 부렸더니 ‘너무 오래 있지는 말라’고 하시더군”이라는 익살도 곁들였다. 피치 씨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로 글을 맺었다.

카드에는 피치 씨가 1995년 사별한 부인과 함께 춤추는 사진이 담겨 있었다. 피치 씨의 딸 탱린 알렉산더 씨는 “카드가 우리 아버지 자신처럼 다정하고 재미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천국발(發) 카드’의 비밀은 금방 풀렸다. 피치 씨의 이발사인 패티 딘 씨가 카드 배달을 함께 꾸몄다고 지역신문에 털어놓은 것. 딘 씨는 피치 씨가 1987년 ‘내가 죽고 나면 카드를 부쳐 달라’고 처음 부탁했다며 평소 농담을 즐겨 주위 사람들을 웃겼던 그가 최후의 장난으로 이를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비도 철저했다. 20년 동안 수시로 수신자 명단을 수정했다. 우표 가격이 오를 때마다 꼬박꼬박 딘 씨에게 추가 요금도 보냈다.

딘 씨는 “피치 씨가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에 죽음을 예견한 듯 ‘오래 기다렸네. 올해는 아마 카드를 보낼 수 있을 걸세’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