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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한나라는 어떻게 했지?”

입력 | 2007-12-27 02:59:00


■ 신당 쇄신 해법 찾기 골몰

신구 갈등, 대표 사의번복 등 내홍 닮은꼴

일각 “2004년 물갈이 공천 벤치마킹” 주장

계파간 이해 거미줄처럼 얽혀 해결책 미지수

‘한나라당은 어떻게 했었지?’

요즘 대통합민주신당 안팎에서는 대선 패배 직후의 당 상황과 과거 한나라당의 처지를 비교하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대선 패배라는 측면에서는 2002년 대선 직후, 다음 총선까지 남은 기간과 지지율을 생각해 보면 2004년 탄핵 정국 당시 한나라당과 처지가 흡사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선일인 19일 이후 일주일 동안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일어난 일은 5년 전 한나라당이 겪은 일과 비슷한 대목이 많다. ‘쇄신이냐 단합이냐’를 둘러싸고 초·재선 그룹과 중진이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나, 진로를 정하기 위한 당내 특별위원회를 설치한 점, 당 대표가 사의를 밝혔다 번복한 점 등이다.

2002년 대선 직후 한나라당은 심각한 신구 갈등을 겪었다. 지도부는 수습책으로 조기 전당대회를 제안했으나 소장파 의원들은 “패인 분석을 철저히 하고 새로운 당 건설을 논의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올해 대선 직후 대통합민주신당에서도 당 지도부가 수습책으로 쇄신위원회를 설치한 데 대해 초선 의원 18명이 25일 “현상 유지와 자리 나누기에 급급한 모습”이라며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와 ‘당정청 중심에 있었던 인사들의 백의종군’ 등을 요구했다.

재선 이상 의원이 대부분 열린우리당과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주요 당직을 거쳤던 점을 고려해 보면 이들의 요구는 사실상 중진 대부분에 대한 2선 퇴진 요구인 셈이다.

성명에 참여한 문병호 정성호 최재천 의원 등은 26일에도 국회 브리핑을 열어 “27일부터 매일 회의를 열고 자체 쇄신안을 마련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으나 지도부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는 “2004년 한나라당의 ‘공천 혁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역 의원 20여 명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고 원로그룹이 대거 불출마를 선언한 덕분에 한나라당이 ‘탄핵 역풍’ 속에서도 총선에서 120석을 확보했던 만큼 대통합민주신당도 공천에서 대거 물갈이를 해야 총선 참패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이 2004년 한나라당이 걸었던 길을 따라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체적인 ‘청산 대상’을 정하기도 어렵고, ‘친노(親盧·친노무현)’ 대 비노(非盧), 정동영계 대 비정동영계, 옛 열린우리당 출신 대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때 합류한 시민사회세력 등으로 전선도 복잡하다.

새 지도부로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지역 기반이 없고 정치력에 일부 회의적인 시선이 있다는 점에서 “탄핵 직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같은 구심 역할을 해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촬영 : 신원건 기자


촬영 : 신원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