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대학생의 대화 주제는 대부분 취업이다. 토익 점수, 제2외국어, 자격증, 면접 준비는 물론이고 잘 뵙지 않던 교수님께 추천서를 부탁하며 기업이 원하는 ‘취업용 종합선물세트’를 만들기 바쁘다.
내가 다니는 문예창작과 학생들은 조금 느긋하다. 다른 학과 학생처럼 취업에 목을 매지 않는다. 오죽 답답했으면 며칠 전 사은회에서 극작가인 교수님이 “저는 속물이라 그런지 우리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글 쓰는 것도 좋지만 빵 문제,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을 하면서 글을 써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라고 말했을까.
문예창작과를 다니면 글을 잘 쓰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나는 잘 쓴다고 말하기보다 글 쓰는 데 막연한 두려움은 없다고 말한다. 직장을 구할 때 문예창작과 출신의 장점이자 단점은 글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도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신문사나 출판사는 물론 글을 쓰는 일과 크게 관련이 있어 보이지 않는 기업이나 은행까지 문예창작과 출신은 독특한 자기소개서와 면접능력으로 취업에 성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예창작과 친구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글로 먹고사는 진정한 작가가 되고 싶어 한다. 등단을 위한 글쓰기를 가르치는 다른 대학과 달리 우리 학교는 글쓰기를 계속 시키되 어떤 작가가 될지는 스스로 판단하게 한다. 빨리빨리 작가를 배출해 성과를 올리기보다는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 제대로 된 작품을 쓰라는 취지다.
나는 작가가 가진 연필을 납으로 된 창이라 부른다. 창을 쥔 작가는 넘치지만 제대로 쓸 줄 아는 작가는 많지 않다. 사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리던 눈을 보며 순수함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 나이 24세, 창을 쥐는 막연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감 있게 글을 쓰고자 꿈을 향해 도전한다. 나는 매일 꿈을 꾼다!
이윤지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