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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義 위해… 끝없는 몸낮추기

입력 | 2007-12-27 02:59:00


“동생 이명박 아니라 정치인 이명박 선택한 것”

■ 대선 일등공신 이상득 부의장

黨위기때 박근혜 대표 추대 앞장

경선 룰 갈등에 분당위기 치닫자

李후보에 양보 권유 파국 막아내

“명박인 내 전화 싫어할거야

하도 잔소리를 하니까…”

“허파 뒤비진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대선을 치르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겪을 때마다 농담 삼아 내뱉었던 말이다. 경상도 사투리로 ‘속이 뒤집어진다’는 뜻이다.

5선 의원으로 국회 부의장까지 하고 있지만 대선 과정에서 동생 ‘이명박’을 위해 자신을 한 없이 낮추며 이 당선자를 ‘조용히’ 도왔다.

이 부의장의 정치 행보에는 균형과 명분을 중시하는 모습이 묻어있다.

2004년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은 탄핵 역풍과 불법대선자금으로 최대 위기에 몰렸다. 당시 당 사무총장이었던 이 부의장은 박근혜 전 대표를 대표로 세워야만 한나라당이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표에 출마할 생각이 없었던 박 전 대표 설득에 직접 나섰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이명박 시장의 최대 라이벌을 왜 키워주느냐”고 반발했지만 이 부의장은 “한나라당이 살아나는 게 우선이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상징하는 ‘천막당사’ 이전도 이 부의장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당시 당사 이전을 요구하던 소장파의 요구를 받아들여 소리 소문 없이 이전지를 물색했고,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 당선자의 도움을 받아 여의도 공설 주차장에 천막당사를 세운 것.

한나라당에서 정책위의장 원내총무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이 부의장은 원만한 성품과 대화를 통한 설득 노력 등 때문에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당선자가 어린 시절 가난을 자주 얘기하듯이 이 부의장도 어린 시절 경험 때문인지 사무총장 때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했다.

이 부의장은 한나라당 경선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이 당선자의 조언자, 후견인이자 당내 결속을 챙긴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이 당선자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지역이나 사람들을 대신 챙겼고,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로 술렁이던 당내 분위기를 다잡는 역할도 했다.

올 2월 경선 룰 합의를 두고 이 당선자와 박 전 대표 측이 갈등을 겪으며 분당(分黨) 위기까지 치닫자 이 부의장은 이 당선자에게 ‘양보’를 제안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을 앞두고도 이 당선자에게 ‘포용’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부의장에게 이 당선자를 도와달라는 협조요청을 받았던 의원들은 “동생보다 형이 더 낫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부의장은 올해 초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 들러 직원들에게 호통을 쳤다. 사무실을 나서는데 인사는커녕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의장은 “나한테 이 정도인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오죽하겠느냐”라며 ‘겸손’을 강조했다.

이 부의장은 사석에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 “명박이는 내 전화를 싫어할 거야. 전화만 걸면 무조건 잔소리를 하니까…”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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