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당선자의 복심’ 정두언, 인수위 역할 관심
비서실 보좌역 직함 갖고 주요 업무 관여할듯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정두언(사진)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보좌역으로 정권 인수 과정에 참여하게 된 것을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이 당선자의 최측근인 정 의원이 당 대선 후보 경선과정 등에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한 역할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데 자리는 보잘것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당선자 주변에서는 정 의원의 직함은 의미가 없으며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 의원은 ‘전방위 리베로’로 정권 인수업무에 폭넓게 관여하는 사실상 이 당선자의 대리인 구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의 부상은 이 당선자의 의중에 따른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인수위 구성안을 보면 정 의원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정 의원은 당초 비서실장 아래 ‘비서실 차장’ 직함을 갖기로 돼 있었다고 한다. 비서실장에는 임태희 당선자 비서실장이 아닌 실무형 인사를 앉히고 그 밑에서 당선자와 인수위, 한나라당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실질적인 비서실장을 하기로 돼 있었다는 것.
그러나 외부인사의 비서실장 영입이 뜻대로 되지 않자 정 의원을 비서실 차장 대신 보좌역이라는 직함으로 임 실장과 ‘동급’으로 대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 탓에 정 의원을 시기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당선자의 신임이 워낙 두터운 데다 정 의원이 ‘낮은 자세’로 주변의 신망을 얻으면서 질투하는 목소리는 잦아들고 있다.
정 의원이 최근 상당히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평소 말하기를 좋아하던 정 의원의 말수가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李 인사스타일 ‘험블 코드’▼
26일 발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최측근인 정두언, 박형준 의원을 간사에서 제외했다. 주변에서는 이 같은 이 당선자의 인사 스타일을 ‘험블(humble·겸손한)’ 코드라고 부른다.
유능한 사람들에게 중요한 자리를 내주며 측근들은 한발 물러서게 함으로써 ‘측근 정치’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이 당선자 특유의 인사 스타일을 말하는 것.
인수위 인선 논의 초반에 정두언 의원과 박형준 의원은 각각 기획조정분과위, 정무분과위 간사로 내정 단계까지 갔지만, 이 당선자는 “앞에 나서는 간사를 맡지 말고 뒤에서 역할을 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자는 8월 당 경선이 끝난 뒤에도 경선 기간 내내 비서실장으로 수행한 최측근 주호영 의원을 부실장으로 앉히고 경선 기간에 중립을 지킨 임태희 의원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이들이 일선에 나서지 않아도 늘 의견을 청취하고 배려한다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편 본보 25일자에 유력한 각 분과 간사 명단이 보도되자 당선자 주변에서는 인수위 입성을 둘러싸고 막판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행정분과위 간사의 경우 선거 과정에서 ‘BBK 주가조작 사건’ 대응에 도움을 준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이 내정됐으나 법률지원팀 내부에서 삼성 비자금 의혹에 휘말려 있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돼 막판에 정동기 전 법무부 차관으로 변경됐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엘든 회장 영입은 ‘두바이 모델’
국적 뛰어넘어 ‘경제 살리기’ 중책 맡겨▼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영국인이 포함돼 관심을 끌고 있다.
26일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된 두바이 국제센터기구의 데이비드 엘든(전 HSBC 아시아지역 최고경영자·사진)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 당선자와 엘든 회장은 10여 년 전부터 사업상 친분을 맺어왔지만 이 당선자의 마음에 엘든 회장이 들어온 것은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국제경제자문단을 꾸리면서였다.
자문단에 들어 있던 엘든 회장은 한국과 아시아 및 중동지역 경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 당선자와 자주 만나면서 서로 신뢰를 쌓았다고 한다.
이 당선자가 엘든 회장을 다시 머리에 떠올린 것은 올 4월 두바이를 방문했을 때다. 두바이 국제금융센터를 방문한 이 당선자는 두바이 금융감독원장을 두바이 사람이 아닌 호주 사람이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외국인을 과감히 기용해 두바이를 세계적인 금융강국으로 만든 데 감명 받은 이 당선자는 엘든 회장을 떠올렸고,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된 직후 엘든 회장에게 경제살리기특위 자문역을 맡아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8월 사업상 한국을 방문한 엘든 회장은 이 당선자와 식사를 같이하며 자문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 당선자가 엘든 회장을 자문역으로 앉힌 것은 단순히 선거대책위원회에 외국인이 있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인수위는 물론 차기 정부에서도 실질적으로 엘든 회장을 중용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이 당선자는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e메일을 통해 인수위의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고, 엘든 회장은 이번에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합류 의사를 밝혔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