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은 그제 자신의 홈페이지에 “우리는 폐족(廢族)”이라는 글을 올렸다. ‘조상이 큰 죄를 지어 후손이 벼슬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는 뜻이니, 친노(親盧)세력이 국민의 버림을 받아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는 탄식인 셈이다.
그제 노 대통령은 그런 폐족에게 무더기로 훈장을 줬다. ‘황우석 사태’에 관련됐던 박기영 전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 부동산정책 실패에 책임이 있는 정문수 전 대통령경제보좌관과 이정호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그들이다. ‘기자실 대못질’을 기획하고 주도한 양정철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은 이미 일주일 전에 가슴에 훈장을 달았다.
청와대는 “정무직 1년 이상 근무자들에게 훈장을 주는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시대의 관례를 깨부순다며 100년 전의 일까지 들추어내 나라를 시끄럽게 하다가 이제 와서 ‘훈장 떨이’를 하는 데는 관례를 들먹이니, 참으로 편리한 아전인수(我田引水)다. 더구나 안 씨가 말한 대로 ‘죄 지은 폐족’이라면 ‘국정 운영에 참여해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했다’는 공적(功績) 나열은 잠꼬대가 아닌가.
5년 전 점령군처럼 행세하던 친노 세력이지만 지금은 가슴에 단 훈장이 초라할 뿐이다. 노 대통령 퇴임 후에도 정치세력으로 남기 위해 조직했던 이른바 참평포럼을 제 손으로 해산하는 것만 봐도 민심을 잃은 정치세력의 말로(末路)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친노 세력이 노 대통령의 당선 일성(一聲)이었던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말에 담긴 초심(初心)을 잊지 않았더라면 지금 같은 폐족의 처지는 면했을 것이다.
이명박 차기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승리가 확정된 19일 밤 “매우 겸손한 자세로, 매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차기 정부에 몸담게 될 모든 사람은 훈장 대신 이런 초심을 가슴에 품고 국민을 대해야 한다. ‘친노 폐족’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