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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새 정부, 언론의 비판에 열려 있어야 성공한다

입력 | 2007-12-27 23:29:00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이 5년간 언론을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 소송은 22건에 이르지만 승소한 사건은 한 건도 없다. 반면에 패소가 5건, 무죄 판결 또는 무혐의 처리된 소송이 3건이며 상당수는 청와대가 법원에 소송 진행 상황을 알아보고 이길 가능성이 없자 슬며시 취하한 것이다. 언론의 입을 막기 위해 세계 민주국가에 유례가 없는 무차별 소송 공세를 벌인 것부터 ‘실패한 정부’를 자초하는 행태였다.

노 대통령은 ‘비판 신문’을 옥죄기 위해 위헌적인 신문법 제정을 강행했고, 정부에 대한 취재 통제를 위해 행정부처 기자실을 폐쇄하는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밀어붙였다. 청와대가 다양하고 막강한 반론권(反論權)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신문을 표적으로 무더기 소송을 낸 것도 언론의 기를 꺾기 위한 비열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노 정부의 언론정책은 참담한 실패로 결말이 났다. 신문법은 위헌 결정이 내려졌고 기자실은 차기 정부에서 원상 복구될 예정이다. 소송 결과마저 이런 판국이니 소송 남용에 대한 비난만 듣게 됐다.

노 대통령의 반(反)민주적 언론관이 가져온 국력 낭비가 너무 컸다. 모든 행정부처가 ‘언론과의 전쟁’에 매달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총생산의 0.001%에 불과한 신문시장 감시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신고포상금을 대부분 신문 애먹이기에 쓴 것도 결국은 국민 부담이다.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거부한 정권은 참담한 대선 패배로 응징을 당했다.

민주국가에서 정부와 국민 사이엔 ‘정책시장(市場)’이란 것이 존재한다. 정부 정책이 성공하려면 우선 정책시장에서 생명력을 얻어야 한다. 언론의 감시 및 비판 기능이 위축되면 정책시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언론을 배제한 채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현 정부의 시도가 결국 실패한 이유는 이런 민주주의 시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의 언론 정책은 언론 자유가 국리민복을 증진하고 선진화를 위한 기본 전제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1991년 유엔이 채택해 ‘세계 언론자유의 날’(5월 3일)의 기원이 된 ‘빈트후크 선언’도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 발전 및 유지와 경제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가 언론의 비판과 감시에 항상 열려 있어야 국정(國政)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