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운노조가 또 취직 장사를 하고 승진뇌물을 받다가 적발됐다. 이번에 구속된 노조 간부 중에는 2005년 취업비리 수사 때 구속됐지만 집행유예로 출소하자마자 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른 사람도 들어 있다. 노조 간부 34명이 구속된 재작년 취업비리 사건 때 부산항운노조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노무 독점 공급권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26개 지부 중 21개는 아직 노조가 채용권을 쥐고 있다.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만 일거리를 얻을 수 있는 ‘클로즈드 숍’ 제도가 존속하는 한 이 같은 비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노조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기득권 세력이 된 노동귀족층이 형성되면 취업 장사, 노조 행사용품 납품 리베이트 같은 비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민주노총 소속 대기업 노조들은 신규 채용 저지, 노조원의 생산라인 전환과 해외공장 설립 반대 등 기득권 지키기를 위해 불법 파업도 서슴지 않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이라크 파병 반대 같은 정치파업은 노동운동의 경계를 넘어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고수 때문에 해결책이 막혀 있는 상태다. 따지고 보면 비정규직은 기득권 노조가 자신의 ‘철밥통 고용과 고임금’에 따르는 기업 부담을 떠넘기면서 생겨난 것이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에서는 57년 무파업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한 외국인 투자가는 “강성노조가 두려워 한국을 투자 대상에서 매번 제외했다”고 하는 판이다. 이 같은 세상의 변화에 귀 막고 눈감고 있는 것이 수구(守舊) 노동운동이다. 한국 노동계는 코앞의 이익에 눈멀어 한 발짝 앞을 못 보는 고도 근시(近視)에 걸려 있다.
이런 강성 노동운동을 그대로 두고는 경제선진화가 요원하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노동시장은 경제선진화를 위한 필수요건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5년 연속 노동시장 부문 꼴찌다. 근로자들도 사용자를 적(敵)으로 보는 맹목적 이념의 함정에서 빠져나와 진정으로 어떤 방향이 나와 내 직장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