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09년부터 보험사에서 월급통장을 만들어 다른 금융기관으로 계좌이체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보험금을 탄 뒤 곧바로 보험사의 조언을 받아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또 비(非)은행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어서 한국에도 ING나 AIG 같은 세계적인 보험지주회사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편방안’을 27일 발표했다.
○보험사에서 월급통장 개설, 투자 컨설팅도 가능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보험사에 투자자문·일임업을 겸영(兼營)할 수 있도록 하고 지급결제 업무도 허용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고객이 보험사에서 받은 보험금으로 펀드에 가입하려면 은행이나 증권사에 가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험사에 바로 자산 투자를 맡기거나 투자 컨설팅을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보험사에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되면 보험사에서도 공과금 납부나 월급통장 개설, 계좌이체, 보험료 지급 및 보험금 수령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보험판매플라자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기존의 보험설계사나 대리점은 보험사가 만든 상품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중개하는 역할만 했다.
그러나 보험판매플라자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한꺼번에 파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기존 상품의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보장범위를 확대해 팔 수도 있다. 쉽게 말해 ‘보험 상품의 하이마트’가 생겨나는 것이다.
○ING 같은 대형 보험지주회사 키운다
정부는 국내 보험사의 대형화, 종합화를 유도하기 위해 현행 비은행지주회사 설립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업종에 관계없이 모든 회사의 주식을 15% 미만까지는 소유할 수 있지만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금융업종이 아닌 회사의 주식은 처분해야 한다. 이 규제 때문에 현재 보험사들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더라도 별다른 실익이 없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험사가 기존에 갖고 있던 우량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도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앞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재경부는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상호·순환출자 해소와 비은행지주회사의 은행 소유 금지, 부당 내부거래 통제 등을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즉,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하나의 지주회사로 묶이려면 먼저 현재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또 보험사가 현재 새 상품을 출시하려면 보험개발원과 금융감독원의 확인을 거쳐야 하는 규정을 고쳐 새 상품의 75∼85%는 ‘자율 상품’으로 정해 이 같은 절차 없이 곧바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보험업법 개정 방안은 내년 입법절차를 거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시기인 2009년 2월경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