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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경제계에선]2007년 결산

입력 | 2007-12-28 02:57:00


《올해 2월 8일자 동아일보 경제섹션(B3면)에 첫선을 보인 ‘지금 경제계에선’은 경제 각 분야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뒷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 큰 화제를 모았다. 기업과 금융회사, 경제부처 등 경제계 일선에서 활동하는 ‘경제독자’들 사이에선 “‘지금 경제계에선’이 게재되는 날이 제일 기다려진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올 한 해 녹록지 않은 대내외 여건을 헤쳐 온 경제계에 신선한 재미와 유익한 의미를 함께 배달한 ‘지금 경제계에선 2007’에 담긴 308건의 이야기를 되돌아봤다.》

‘뉴스 뒤 뉴스’에 재계도 관계도 수군수군

○…경제부처건, 기업이건 구성원들에게는 저마다 말 못할 고민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경제계에선’은 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효자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고가(高價) 아파트 분양시장에 찬바람이 불어 속앓이를 하는 현대건설 사연(2월 22일), ‘정부 눈치 보느라 말 한마디도 못하는’ 건설업계의 저자세(3월 22일) 등이 소개됐다.

직원 평균 연봉이 8600만 원으로 공공기관 중에서도 최고를 차지한 산업은행이 연봉 못지않게 ‘콧대’도 최고라는 금융업계의 불만(5월 10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투자 결정을 놓고 ‘정부 추진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에 이중 기준을 적용해 뒷말이 무성하다는 내용(11월 8일)도 화제가 됐다.

각종 규제와 ‘공무원스러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극 담았다.

롯데그룹은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에 대한 정부의 최종 결정이 또다시 미뤄지자 크게 낙담하면서 “가능한 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공무원 생리 때문 아니겠느냐”고 푸념했다(7월 5일).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현실과 동떨어진 건축업 규제로 사회공헌 활동까지 발목을 잡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7월 12일).

기업의 상품 가격과 마진을 직접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는 재계는 물론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컸다(10월 11일).

업계나 기업 내부의 ‘가려운 곳’도 많이 긁어 줬다.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관용어처럼 사용하는 ‘백화점식’이란 표현에 대한 백화점 업계의 불만(3월 15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요즘 백화점은 일부 정부 정책보다 훨씬 더 과학적”이란 항변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행이 ‘호화 관사’ 논란에 휩싸였던 제주본부 공관을 10년째 팔지 못해 울상이라는 내용(4월 19일)이 보도되자 한은 측은 “매입 희망자가 크게 늘었다.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오기도 했다.

월드건설은 회사의 비약적 성장을 다짐하면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던 사옥을 강남구 역삼동으로 옮겼지만 ‘건물 지분 알박기’로 속을 끓였다(10월 4일).

○…‘지금 경제계에선’이 발굴한 ‘화제의 인물’과 사연도 역시 화제였다.

두주불사의 주량을 자랑하다가 ‘폭탄주를 덜 마시기 위해’ 와인 애호가가 된 김석동 재정경제부 제1차관(2월 22일), 경기고 시절 같은 반 친구였던 통신업계의 라이벌 남중수 KT 사장과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의 인연(3월 15일), 2004년부터 임직원의 ‘라이프 플랜(생애 계획)’ 면담을 해 온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3월 15일), ‘축구 캐스터’를 꿈꿨던 홍영만 금융감독위원회 홍보관리관(3월 15일) 등이 소개됐다.

또 책 대필 제의를 거부하고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라는 저서를 직접 집필한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9월 6일), 대한항공 광고마케팅을 업그레이드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광고선전부 과장(9월 27일), △1인당 소주 1병 이상은 안 되고 △모임 시간은 1시간 이상 끌지 않으며 △2차를 가지 않는다는 이윤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의 ‘번개모임 112 원칙’(10월 18일), 영화 ‘식객’의 홍보맨으로 나선 임상규 농림부 장관(12월 7일) 등도 경제계 얘깃거리가 됐다.

○…정권 말기이자 ‘대선의 해’에 벌어진 웃지 못할 풍속도도 고스란히 담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2월 28일 당시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서 여당이 없어지자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앞으로 어느 당과 당정협의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에 휩싸였다(3월 2일). 정부가 현 정권이 끝나 가는 시점에 재계에 규제개혁 방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7월 12일).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평소 정치권의 관심 밖에 있던 중소기업중앙회가 5년마다 찾아오는 ‘선거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8월 2일). 정부가 8월 22일 발표한 세제(稅制) 개편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선심성’ 논란을 제기했다(8월 30일).

또 그동안 정권의 언론 정책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며 언론을 적대적으로 대했던 일부 관료는 정권 말기가 되면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10월 11일).

투표용지 규격이 커지고 유권자 수도 약 250만 명 늘어나 선거용 투표용지를 만드는 제지업체가 반짝 특수를 누렸고(12월 7일), 이른바 ‘대선 테마주’는 실체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경고(12월 7일)도 있었다.

○…‘지금 경제계에선’은 직장인들에게 ‘피로 해소제 같은 웃음’도 꾸준히 선사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증권사 지점장들의 간담회에 참석한 대우증권의 한 지점장은 즉석에서 박 전 대표를 고객으로 유치했다(4월 12일). 하나로텔레콤이 ‘시내전화 30분 무료 요금제’를 발표했는데 경쟁사인 KT에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집중되는 해프닝(11월 8일)도 있었다.

롯데백화점이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센텀시티점을 연 첫날 ‘빨간 속옷’이 불티나게 팔렸는데 ‘처음 문을 여는 속옷가게에서 빨간 속옷을 사면 1년 동안 배우자에게 행운이 따른다’는 영남 지방의 속설이 영향을 미쳤다(12월 21일)는 내용도 화제가 됐다.

정리=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