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5번기 2국 6보(82∼92) 덤 6집반 각 3시간
서봉수 9단은 대국 당일(2일) 포항 바둑팬을 위해 도전기 부대 행사로 열린 지도다면기의 초청 사범으로 와 있었다. 그는 다면기 시작 전 검토실에서 인터넷 생중계를 하던 김승준 9단과 내기를 했다. 서 9단은 윤 국수의 바둑 흐름이 좋다고 했고 김 9단은 이 9단의 최근 기세를 꺾긴 힘들 것이라며 1만 원 내기를 걸었다. 두 기사는 나중에 이 내기로 희비가 엇갈렸다.
백 82부터 86까진 당연한 수순. 여기서 윤 국수의 장고가 하염없이 이어진다. 10분, 20분이 지나도 둘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대로 중요한 승부처로 보고 시간을 한꺼번에 몰아 쓰는 것. 흑 ‘가’로 행마해 백 ‘나’를 응수시키는 것은 무난하긴 하지만 싱거운 진행이다. 검토실에선 이미 흑 87로 끊을 때 어떻게 될지 연구하고 있었다.
검토실의 연구 중 하나는 참고1도 백 1. 가운데 백 돌을 버리고 중앙을 싸 바르는 사석작전이다. 이 작전이 유력한데 이 9단의 성격으로 보면 살릴 수 있는 돌을 좀처럼 죽이지 않는다.
흑은 참고1도처럼 중앙이 봉쇄되는 것을 꺼린다면 참고2도 흑 6으로 둘 수 있다. 이 변화는 흑이 중앙을 돌파해 불만이 없고 백도 흑 석 점을 잡고 백 9로 머리를 내밀어 역시 불만이 없다.
40여분 만에 윤 국수는 검토실 예상대로 흑 87을 내려놓았다. 이 9단은 참고도와는 달리 백 88로 치고 나왔다. 백 92까지 백의 행마가 괜찮다고 본 것. 그러나 이 9단은 다음 흑의 수를 보고 백 88로 몰고 나온 것을 후회했다. 너무 쉬운 수였는데 깜빡한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