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 하면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국의 제이크와 디노스 채프먼 형제의 작품을 보면 이런 상상이 무너진다. 미술작품 가운데 의외로 평범하지 않은 인체를 표현한 것이 적지 않다. 작가는 과연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의학자와 임상미술치료학자가 그 의도를 과학의 눈으로 분석해 봤다.》
○ 과학의 위험이나 시대상을 반영
채프먼 형제의 작품 ‘생물유전학적 생명력의 모델’에서 10명 남짓의 아이들은 몸의 일부가 서로 붙어 있다. 심지어 머리가 몸 아래에 붙어 물구나무를 선 아이도 있다.
포천중문의대 전세일 교수가 단적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많은 아이가 한꺼번에 붙어 태어난 경우는 없죠. 만에 하나 태어나더라도 이만큼 성장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요.”
신체 기형은 대부분 수정란이 태아로 자라는 동안 결정된다. 부모의 염색체(유전자를 담고 있는 세포 속 구조물)가 반씩 갈라져 합쳐지는 과정에서 유전자의 어딘가에 결함이 생기는 것.
“과학자들은 심한 공해나 전자파, 방사능 등이 한 지역에서 동시에 선천적인 기형을 일으킨다고 짐작하고 있어요. 채프먼 형제는 첨단과학의 극단적인 측면을 보여 줌으로써 현대인에게 기술 발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은 “시각적인 요소로 관람객의 관심을 유도하는 이 같은 방식을 미술에서는 ‘드러내기 기법’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