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대 산악부원 이덕주(25) 씨는 평상시에도 등산복 차림에 얼굴도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이라 한눈에도 산악부원처럼 보였다. 어릴 때부터 집 근처 유명산, 용문산 등을 오르며 산을 가까이한 그는 2001년 대학 입학 뒤 자연스럽게 산악부에 가입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산악인 오은선(41) 씨가 바로 수원대 산악부 출신.
산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 시작한 산악부 활동이지만 지난 한 해 이 씨의 산행은 쓸쓸했다. 신입부원이 점점 줄어들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산악부 활동을 하는 부원이 거의 이 씨 혼자뿐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산악부 유지가 어렵겠다는 생각 때문에 이 씨는 “올해부터 주로 높고 험한 산을 오르는 산악부 활동을 가벼운 산행 위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힘든 산행 경험을 자랑과 자부심으로 여기는 산악부 대선배들이 보기엔 기가 찰 노릇이다.
뛰어난 산악인들을 키워 내는 요람 역할을 해 왔던 대학 산악부가 부원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대학산악연맹에 가입된 대학 산악부는 60여 개. 하지만 계절마다 있는 합동등반, 체육대회 등 연맹 행사에 참여하는 산악부는 20∼30개.
윤해원(22·용인대 산악부) 대학산악연맹 재학생 회장은 “1980년대에 산악부 활동을 했던 선배들이 부럽다. 당시엔 신입부원 모집에 수십 명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신입부원이 아예 없는 대학도 많고 있어야 2, 3명”이라고 말했다.
대학 산악부원이 줄어드는 데에는 군대 조직 같은 산악부 특유의 문화도 한몫하지 않나 싶다. 자유와 재미를 우선 가치로 삼는 신세대의 사고방식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학 산악부 출신들은 선후배 사이의 가족 같은 끈끈함을 자랑으로 내세우지만 이런 ‘가족주의’는 산악부 출신이 아닌 산악인들을 배타적으로 대하는 국내 산악계 분위기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대학 산악부의 위기는 머지않은 미래에 당도할 한국 산악계 전체의 위기가 아닐까.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