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If my cousin buys land, I get a stomach ache).'
월스트리트저널 26일자가 소개한 한국 속담이다. 이 신문은 '로또식' 추첨을 통해 학생을 뽑는 한국 사립초등학교 입학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교육계를 포함한 한국 사회에서는 이 같은 생각에 바탕을 둔 평등의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인기 있는 사립초등학교에 지원자가 너무 많으면 추첨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한국식 사고방식으로는' 가장 공정한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에선 공립도 아닌 사립학교가 학생 선발 과정에 국가가 관여한다거나 나아가 학교 입학을 '운'에 맡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미국에서도 초중고교 교육은 공립학교가 주축을 이룬다. 그러나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인 만큼 다양한 건학목표를 가진 사립학교들이 많다. 고소득 전문직 부모나 되어야 자녀들을 보낼 수 있을 만큼 학비가 비싼 맨해튼 사립학교도 있고, 난민 등 소외계층의 교육 여건을 개선시키기 위해 자선단체가 설립한 사립학교도 있다.
이런 사립학교에는 자체 기준에 따라 학생들을 선발하는 자율권이 충분히 보장돼 있다. 정부가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는다.
일부 주(州)에선 학생들이 지역 내 공립학교 대신 사립학교를 선택하면 정부에서 등록금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인근 사립학교와의 경쟁을 통해 공립학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에서처럼 교육부가 매년 입시 전형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대학들을 압박하는 것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학의 기본정신인 자율성과 다양성을 크게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배 아픈' 정서는 어떤 측면에선 한국이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발돋움하는 데 도움이 됐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사회 전체의 강한 성취욕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교육현장에 깊숙이 관여해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산업화에 필요한 인력의 대량 공급에 효율적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대는 달라졌다. 한국이 또 한 단계 도약하려면 '배 아픈 정서' 대신 다양성, 자율성, 경쟁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그런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을 정부와 교육계가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