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무기력증을 불러 왔던 투자 위축 현상이 내년에는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신규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데다 고용 규모도 다소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경제 전문가 10명 중 6명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패했다’고 규정했으며, 가장 잘못한 정책으로는 부동산과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 기업인들 “투자 늘리겠다”
설문에 응한 100명 가운데 69명은 내년에 대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다소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25명은 ‘그저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다소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론은 6명에 그쳤다.
지난해 동아일보가 실시한 설문에서는 2007년 경영환경이 ‘다소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11명, ‘그저 그럴 것’은 45명, ‘다소 나빠질 것’은 43명이었다.
직군별로는 대학교수와 경제연구소 대표의 76.7%가 내년 경영환경을 낙관해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도 73.3%가 ‘다소 좋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소기업 경영환경에 대해서도 57명이 ‘매우 좋아질 것’(1명), 혹은 ‘다소 좋아질 것’(56명)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설문에서는 ‘매우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명도 없었고 ‘다소 좋아질 것’이라는 답변도 2명에 그쳤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CEO 및 임원 35명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21명(60%)은 ‘올해보다 소폭 확대’, 5명(14.3%)은 ‘올해보다 대폭 확대’할 뜻을 밝혔다. 지난해 설문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19명(54.3%)이 ‘투자를 늘리지 않겠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투자심리가 상당히 호전됐다고 평가할 만하다.
대기업과 벤처기업,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신규 채용 계획 조사에서도 26.2%는 ‘올해보다 소폭 확대’, 56.9%는 ‘올해와 같은 수준’이라고 응답했으며 ‘올해보다 축소하겠다’는 답변은 9.2%에 그쳤다.
○ “현 정부 경제정책은 실패작”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차가웠다.
설문 참가자 가운데 36명은 ‘다소 못했다’, 25명은 ‘매우 못했다’고 답해 61명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저 그렇다’는 30명, ‘다소 잘했다’는 6명으로 집계됐다.
직군별로는 대학교수와 경제연구소 대표 30명 가운데 절반인 15명이 ‘매우 못했다’고 지적해 주로 지식인 그룹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혹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학교수는 “방향은 좋았지만 정책의 결과는 거의 대부분 반대로 나왔다”며 현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을 비판했다. “이분법적 편 가르기와 인기영합적인 정책이 남발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개별 정책에 대한 평가(복수 응답)에서는 세제(稅制)를 포함한 부동산 정책(68명)이 가장 실패한 사례로 지목됐다. 행정수도 등 국가균형발전정책(27명)과 일자리 창출(26명), 비정규직 해소 등 노사정책(24명)도 잘못한 정책으로 꼽혔다.
잘한 정책으로는 84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정책’을 택해 가장 후한 점수를 받았다. ‘경제시스템의 투명성 제고’(43명) ‘남북 경제협력’(30명) 등도 비교적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경제 정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거시경제정책이나 복지정책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끌지 못했고, ‘잘한 정책이 없다’는 응답자도 6명이나 됐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