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오리온스 김승현이 부상 후 70여 일 만인 26일 팀에 합류했다. 이충희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한 바로 그날이었다. 김승현은 “경기는 못 뛰지만 조금이라도 팀을 추스르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루 뒤 KT&G전이 열린 대구에서 만난 김승현의 모습은 좀 달랐다.
김승현은 내달 5일 실전을 앞둘 만큼 몸이 회복된 상태. 구단에서는 “코트에 올라 몸 좀 풀어보라”고 넌지시 권했다. 침체된 팀 사기를 살리기 위한 점도 있었다. 하지만 김승현은 “농구 하루 이틀 하나요?”라고 자신감을 보이며 경기 전 연습에 나오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김승현은 야구 모자를 쓰고 벤치 맨 끝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오리온스가 10점 이상 뒤진 상황에서 고참 김병철이 몸을 던지는 돌파로 자유투를 얻어내자, 다른 모든 팀원은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그는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관중 눈도 있고 그래선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
경기 후 김승현에게 달려가 복귀 시기를 물었다. 그러자 구단 예상과는 다른 답이 나왔다. “글쎄요. 그때 가 봐야 알죠.” 감독이 사퇴하고 팀은 7연패에 빠졌지만 김승현은 너무 느긋해 보였다.
대구=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