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감독이 테크니컬파울 받아 우리가 졌네.”
박종천(47) 전자랜드 코치는 지난주 동부전서 패한 뒤 동부 전창진(44) 감독에게 이렇게 말해 잠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하다 테크니컬파울을 받은 뒤 심판들이 동부에 유리한 판정을 잇달아 한 것 아니냐며 비아냥거리는 투였다. 전 감독은 엉뚱한 패인을 꺼낸 데 대해 ‘무슨 망언이냐’는 듯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로부터 이틀 뒤 박 코치는 SK전에서 “파울 휘슬을 너무 분다. 경기를 하지 말라는 말이냐”며 소리치다 코트에 난입해 테크니컬파울을 받았다. 박 코치의 판단대로라면 심판진의 보상 판정이라도 나와 이겼어야 했겠지만 전자랜드는 패했다.
시즌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판정을 둘러싼 볼썽사나운 장면이 쏟아지고 있다. 모처럼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감독, 선수들의 삿대질과 고성에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한데도 한국농구연맹(KBL)은 본질과는 다른 처방을 내리는 것 같아 오히려 원성을 사고 있다. 심판 판정평가위원회라는 신설 조직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각 구단의 심판 판정 불만을 해소하고 심판 평가, 재임용 등을 관장한다는 명목이다.
하지만 정작 그 구성원을 구단 측 추천인사로 채우기로 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자신을 추천한 구단과 민감한 사안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어 각 구단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게다가 기존 심판위원회를 유명무실하게 하는 ‘옥상옥’이 되기 쉽다. 판정 시비를 둘러싼 모든 책임을 심판에게만 뒤집어씌우는 듯한 인상도 지우기 힘들다.
‘위원회 공화국’으로 불리던 참여 정부는 민심의 외면을 받았다.
김영수 KBL 총재도 일부 측근이 아닌 코트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