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드립니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국정홍보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김희범 홍보처 정책홍보관리실장(왼쪽)이 맹형규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 인수위 업무보고 ‘홍보처 폐지’ 가닥
“국정홍보처 폐지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강력한 의지다. 왜 자꾸 고집을 피우나. 공무원 신분은 보장되는 것 아니냐.”
3일 국정홍보처 업무보고에 참석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한 참석자가 홍보처 조직이 존속되어야 하고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과 한국정책방송(KTV)이 유지돼야 한다는 홍보처의 주장을 듣다가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참석자는 “당선인의 공약 이행 방안에 대해 홍보처가 제대로 가져온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홍보처 방어 논리 vs 인수위 지적 쳇바퀴=업무보고가 진행된 2시간 40분 동안 홍보처는 방어 논리를 계속 펴고 위원들은 현 정부의 홍보정책 실책을 지적하는 쳇바퀴식 토론이 계속됐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정부에 의해 언론이 통제되거나 국민의 알 권리가 제한돼서는 안 되며 민주주의의 근본을 해치는 관제홍보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제공 대통령직 인수위)
반면 홍보처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홍보처 존속 논란을 벌이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다. 홍보처 때리기는 정부의 정책 홍보에 대한 진정성을 훼손하는 자충수로 작용해 1999년 홍보처 신설(폐지됐던 공보처의 사실상 부활)로 귀결됐다”며 존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사송고실에 ‘대못질’을 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라는 취재 통제 조치에 대해서도 홍보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주장한 뒤 “(다만) 언론과의 적대적 관계로 인해 본질이 퇴색됐을 뿐”이라고 자평했다.
이에 인수위원들은 “홍보처 때문에 지난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분명히 실패한 국정홍보 전략이었는데도 계속 자화자찬만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 당선인이 폐지를 공약한 KTV와 관련해서도 홍보처는 “민영화가 될 경우 경영 적자가 예상되고 공적자금 투입도 원활할 수 없을 텐데 누가 KTV를 맡겠느냐”며 존속을 주장했다. 홍보처는 KTV가 케이블 채널 중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이에 한 인수위 참석자가 “평균 시청시간은 몇 분이고 시청률이 얼마냐”고 물었고, 홍보처 관계자는 “평균 시청시간은 10분 정도이고 시청률은 0.07%”라고 답했다. 인수위 참석자는 “왜 시청률이나 시청시간은 보고하지 않았나. 평균 시청시간이 10분이면 채널 돌리다가 잠깐 본 것 아니냐. 방어적 논리로만 보고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홍보처는 인수위의 지적이 이어지자 “대통령중심제하에서 국정홍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우리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인수위는 업무보고를 마치면서 홍보처 기능,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중 꼭 필요한 부분과 없애야 할 부분, KTV를 폐지할 경우 대안에 대해 구체적인 안(案)을 만들어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홍보처와 관련해 결론은 대충 정해져 있어도 최대한 자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공약 지켜질 듯=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홍보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KTV 폐지 공약을 지키는 건 진리”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 후 홍보처는 폐지되는 대신 국정홍보 기능은 문화관광부 혹은 국무조정실 등으로 이관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부 기능은 민간에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가운데 기자실 폐쇄와 부처 출입 금지 등 사실상 취재 봉쇄를 초래해 온 핵심조치들도 원상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되는 것은 현 정부 임기가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도 “기자실 복원은 현 정부 내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참여정부 정책기조는 임기 말까지 유지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우리 정부, 다음 정부는 다음 정부의 정책으로 국민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상 유지’ 방침을 고수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