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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김규호]문화재 주치의를 아십니까

입력 | 2008-01-07 02:52:00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박물관에 문화재를 전시하기 위해 일련의 보존활동과 과학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는 관람객은 그리 많지 않다.

박물관의 고전적 기능은 수집(collection), 보존(preservation), 연구(research) 그리고 전시와 교육(exhibition & education)으로 구분한다. 많은 관람객이 찾는 유명 박물관은 이 기능들이 자동차의 바퀴처럼 상호 연계가 잘 이루어져 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박물관의 소장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한 기술을 보존과학(conservation)이라고 한다. 보존과학은 원상태의 유지를 위한 훼손된 문화재의 수리, 복원, 수복 등과 예방 보존이 주요 활동이다. 그러나 보존과학은 1930년 이후에 처음 사용된 용어로 박물관의 기능 중에서 가장 늦게 도입됐다. 따라서 박물관의 평가는 보존과학이 체계화된 정도에 따라 좌우될 수도 있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 문화재도 병이 나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사람이 X선, 초음파, 내시경, 혈액 검사 등 건강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처럼 다양한 재질로 구성된 문화재도 역사적, 예술적 가치에 대한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과학적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화재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일반적인 현대 시료분석과 비교하면 어려움이 많다.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얻기 위해 좋은 시료를 임의적으로 선택할 수도 없고 시료 채취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만약 가능하더라도 소량의 시료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어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문화재 분석에 대한 활용 범위를 높이고 있다. 복원이 불가능한 작은 문화재 편에서 비중, 경도 등 물성 분석, 구성 재질에 대한 화학 분석 그리고 적외선, 자외선, X선을 이용한 광학 관찰과 표면에 대한 반사와 투과를 통한 현미경 관찰 등과 함께 방사화 분석이나 형광X선 분석 등 비파괴 조사를 통해 과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화재에 대한 과학적 조사와 분석은 문화재의 보존에 매우 중요하다. 문화재의 훼손 원인에 대한 평가와 함께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작 연대와 산지, 그리고 제작 기술 등에 대한 역사적 정보도 제공받을 수 있다. 진위 감정에도 활용될 수 있다.

역사적 고고자료와 미술품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을 수 있다. 과학적 조사와 분석은 미국의 TV 드라마 ‘CSI’에서 과학수사로 범죄현장에서 증거를 찾는 것처럼 현재의 문화재에서 과거에 숨겨진 비밀을 찾는 매력이 있다.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박물관에는 100여 명의 과학자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고가의 분석 장비를 문화재에 대한 과학적 조사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과학기술 수준이 높다. 그러나 문화재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다양하게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문화재에 대한 과학적 관심이 낮기 때문이다.

문화재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평가에서 과학적 조사와 분석이 필요한 경우가 점차 많아진다. 문화재에 대한 과학적 활동이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얻을 수는 없다. 그러나 다양한 자료 수집과 비교를 통해 유용한 정보제공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첨단 분석 장비와 보존과학 인력을 체계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앞으로 박물관과 2009년 하반기에 개원될 문화재종합병원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김규호 공주대 교수 문화재보존과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