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을 개정이 아니라 아예 폐지하기로 한 것은 신문법의 ‘악법적 요소’와 매체 환경 변화에 대한 ‘철학의 부재’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현 정부가 이른바 ‘개혁 입법’의 하나로 밀어붙여 2005년 6월 시행된 신문법은 ‘여론의 다양성’ 보장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사실상 정권에 비판적인 메이저 언론사를 겨냥한 규제로 신문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신문법의 핵심 규정인 ‘시장 지배적 사업자’ 조항은 2006년 6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해당 법의 한계를 보여 줬다.
이 조항은 독자 선택의 결과인 신문의 시장 점유율을 ‘1개사 30%, 3개사 60%’로 규제하며, 이에 해당하는 사업자는 신문발전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을 받도록 했다. 이는 메이저 신문의 시장 점유율을 자의적으로 책정한 규제 일변도의 조항으로, 여론 형성이 방송이나 인터넷 등에서도 이뤄진다는 점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문법에 따라 설립된 ‘신문발전위원회(신발위)’와 ‘신문유통원’도 사실상 정권에 우호적인 일부 마이너 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기구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신발위가 매년 약 250억 원의 신문발전기금을 개별 신문사에 지원할 수 있는 데 대해 “정부 지원이 신문 산업 전체가 아니라 개별 신문사에 돌아가면 신문사에 대한 정부의 입김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신문유통원도 신문사의 배달망 구축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취지로 설립됐지만 사실상 배달망이 취약한 마이너 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기구라는 비판을 받았다. 유통원은 정보 소외 지역인 산간 오지에 공동배달망을 설치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지난해까지 설립된 300여 개 센터 중 상당수가 수도권과 지방의 대도시에 집중됐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업무 중복과 예산 낭비를 이유로 신발위와 유통원을 한국언론재단 지방신문발전위원회와 통폐합하는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또 신문법은 윤리적 문제를 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과잉 규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신문법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의무화했는데, 이 조항은 전두환 정권 때 언론 악법이라는 지적을 받다가 1987년 폐지된 ‘언론기본법’과 같으며 신문사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까지도 강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고려대 장영수(헌법학) 교수는 “근본적으로 신문법은 신문 방송 통신 인터넷 등 매체가 융합하는 상황에서 미래지향적 내용을 담지 못했다”고 말했다. 메이저 신문사를 자의적으로 규제하려다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조항을 그대로 담고 21세기 급변하는 매체 환경에서 신문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