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주부인 K씨는 요즘 기운이 없고 우울하다. 중학생인 아들 때문에 우울증이 걸린 것 마냥 가슴이 답답하고 식욕이 없다. 어릴 때는 말도 빨리 시작하고 호기심도 많아 동네 사람들이나 친척들로부터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요즘 성적표를 보면 ‘혹시 머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중학교 첫 시험에서 중상 정도였던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마지막 기말 고사에서는 중간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 됐다.
문제는 성적이 떨어져도 애가 타는 사람은 엄마 뿐이고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아 한다는 것이다. 엄마가 화를 내고 야단을 치면서 발을 동동 구르지만 아이는 공부 욕심이 없어 보인다. 심하게 몰아치기라도 하면 아이는 “공부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며 오히려 큰 소리로 대꾸한다. 감정 기복이 큰 사춘기 아이를 마구 다그치지도 못하고 엄마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 공부하는 이유를 설명해줘라
이 경우 그냥 공부만 강조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에게 공부 하는 이유를 미래의 구체적인 삶, 즉 직업과 연결시켜서 이해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성공하기 위해’ ‘돈 많이 벌어서 편하게 살기 위해’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등의 설명은 아이들에게 너무나 막연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지금 당장의 즐거움, 즉 TV나 게임, 친구 같은 유혹을 이겨 가면서까지 공부에 집중하려고 하지 않는다.
학습집중력을 높이려면 아이와 함께 아이의 적성, 흥미, 가치에 맞는 직업들을 생각해 보고 그 직업을 선택했을 때 어떤 삶을 살게 될 지를 꿈꾸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격이나 진로 관련 검사를 받고, 직업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면서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미래를 아이가 그리도록 해야 한다. 원하는 직업을 갖게 되고 그 속에서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모습을 꿈꾸게 해야 한다. 물론 희망 직업은 앞으로 바뀔 수 있지만 적어도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엄마나 선생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가 되도록 해야 한다.
○ 시간관리법을 가르쳐라
그냥 ‘시간은 중요한 것이니까 아껴 써야 한다’고 잔소리 할 게 아니다. 20년, 10년, 5년, 3년, 1년, 6개월, 1개월 같은 비교적 큰 인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주어진 하루와 일주일을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해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목표가 없어도 일단 열심히 하면 나중에 무언가를 이루게 될 거야’ 보다는 ‘오늘 너는 이만큼 목표와 가까워졌어’라고 말하는 것이 학습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아이의 하루를 15분 단위로 분석해서 하는 일 없이 허비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만 공부 이외에도 즐겁고 재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그리고 매일 목표한 공부 분량이나 해야 할 일을 다 끝낸 후에는 아이가 원하는 활동을 마음껏 하도록 해서 ‘할 때는 하고 놀 때는 노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공부하면서는 놀 생각하고, 놀면서는 공부 걱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시간 관리법을 배운 후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도록 도와야 한다. 공부방법은 공부 잘하는 다른 아이들의 일반적인 방법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아이의 기질이나 성격에 따라 아이에게 더 적합 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외향적인 아이는 혼자 공부할 때 보다는 수준이 비슷한 3, 4명의 아이들이 토론식으로 공부할 때 더 집중을 잘 한다. 전략과목과 취약과목을 파악해서 과목별로 어떤 방법으로 공부해서 얼마나 성적을 올릴 지를 계획 세우는 것이 ‘평균 5점 높이기’ 같은 애매한 목표 세우기보다 낫다.
이명경 한국 집중력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