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은 포털 아니었나 싶어요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시넷(CNET)은 최근 ‘2007년 등장한 IT 제품 중 최고와 최악’을 뽑았습니다.
각각 5개의 선정 제품 가운데 최악의 제품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비스타’가, 최고로는 애플의 ‘아이폰(iPhone)’이 눈에 띄는군요.
많은 PC 사용자는 자신의 컴퓨터에서 윈도 비스타를 가차 없이 지워버렸죠. 그 대신 과거 버전인 윈도XP를 설치해 MS에 수모를 안겼습니다.
이와 달리 애플의 아이폰을 사기 위해선 여러 시간 긴 줄을 서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죠.
소비자들은 냉정하면서도 열정적입니다. 기대에 못 미치면 외면하지만 기대 이상을 보여 주면 감동할 준비가 돼 있죠.
저에게 지난해 한국 IT 시장에서 최고와 최악의 주인공을 뽑으라면 최악으로는 이동통신 서비스와 인터넷 포털을, 최고로는 인터넷TV(IPTV)와 디지털 렌즈교환식(DSLR) 카메라를 꼽겠습니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요금을 인하했지만 ‘아직도 비싸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통신업체들은 정치권의 요금 인하 압박을 ‘반(反)시장적’이라고 비판하지만 그 1차 책임은 요금이나 서비스 등에서 소비자를 감동시키지 못한 그들 자신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포털은 지난해 대선을 치르면서 건전한 정치 공론의 장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2002년 대선 등에서 보여 줬던 선정성과 편파성이 낳은 폐해가 누리꾼의 학습효과로 이어져 ‘포털 외면’의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에 반해 IPTV와 DSLR 카메라는 소비자가 기대한 것 이상의 경험과 혜택을 안겨 줬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볼 수 있는 IPTV는 방송국 TV 편성표 의존도를 크게 낮췄습니다. 이미 방송된 드라마를 찾아 섭렵하는 이른바 ‘IPTV 폐인’도 생겨났다고 합니다.
DSLR 카메라는 소비자들에게 ‘전문가 수준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기쁨을 선물했습니다. 주말이면 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냉정과 열정을 가진 소비자들은 올해에도 최악의 제품은 외면하고, 최고 제품에는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습니다. 올 연말 ‘최고, 최악 제품 리스크’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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