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전문가가 아니고 ‘전인(全人)’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방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바로 그것 ‘때문에’ 자신의 분야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전문가의 영역들 사이에 다리를 놓았으며 제각기 떨어져 있는 지식의 제반 분야를 통합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속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려 했으며 박식가가 됨으로써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했다.”》
창조적 정책 싹 틔우는 13가지 도구
“현대는 창조성이 국가의 부를 결정하는 시대다. 낡은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 주었으면 한다.”
박맹호 회장의 추천의 말이다. 거기에는 두 가지 뜻이 숨어 있다.
하나는 이 책에 소개된 13가지 창조적 발상의 도구를 활용해 정치에서도 창조적 비전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일 것이다. 13가지 생각 도구는 △관찰 △형상화 △추상 △패턴 인식 △패턴 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다.
관찰은 창조적 발상의 출발점이다. 평범함에서 심오함을 발견하고, 진부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이런 관찰을 토대로 머릿속에 관찰대상 내지 연구 대상의 구체적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 형상화다. 뛰어난 형상화를 위해선 복잡한 감각정보를 몇 가지 특징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 추상화와 구체적 사례에서 일반 원칙을 끌어낼 수 있는 패턴화의 능력이 필요하다.
유추는 닮지 않은 것에서 닮음을 찾아내는 인식의 비약 능력이다. 몸으로 생각하기나 감정이입은 이성과 감정을 분리하고, 나와 너를 가르는 이분법적 사유를 뛰어넘는 능력이다. 이는 평면적 정보를 입체로 재구성할 수 있는 ‘차원적 사고’와 실재를 축약한 가상현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모형 만들기’와 연결된다. 놀이는 작업의 즐거움과 착상의 기발함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필요하다. 변형은 나머지 다른 생각 도구들을 하나로 엮기도 하고 개별 기술을 전혀 다른 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통합은 이 모든 생각도구를 다중감각적이고 종합적으로 체감하는 것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통합적 이해’ 또는 ‘종합지(synosia)’에 도달한 경지로, 창조적 발상의 궁극적 원천이다.
아쉽게도 이 책에는 창조적 과학자와 예술가의 사례는 많지만 정치가의 사례는 찾기 힘들다. 그렇지만 정책수립에 있어 이 13가지 생각도구를 하나하나 대입해 가다 보면 통합적 이해에 기초한 창조적 정책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추천에 담긴 두 번째 취지는 아마도 더욱 많은 창조적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추진해 달라는 뜻일 것이다. 이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 8가지로 압축돼 있다.
그 핵심은 통합이다. 학과를 세분해 전문가(specialist)를 키우는 교육이 아니라 통합해 전인(generalist)을 키우는 학과목 통합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창조성의 발현을 위해선 ‘무엇을’ 아느냐보다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식의 결과물들을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이 어떻게 구성됐고 도출됐는지를 이해하도록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