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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그 영화, 무비컬로 재회하시죠

입력 | 2008-01-09 03:01:00


2008년은 무비컬의 해.

지난해 창작 뮤지컬계의 화두가 ‘대장금’ ‘댄싱 섀도우’ 등 50억∼60억 원을 들인 ‘블록버스터’급 뮤지컬이었다면 올해는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인 무비컬(Movical)이 단연 대세다. 지난해 호평을 받은 ‘싱글즈’가 15일 가수 손호영을 앞세워 재공연에 돌입하고 올해에만 7, 8편의 신작 무비컬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며 창작 뮤지컬의 큰 흐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 ‘미녀는 괴로워’ ‘내 마음의 풍금’ 등 7, 8편 선보여

올해 첫 테이프를 끊는 신작 무비컬은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라디오 스타’. 영화에서 박중훈이 맡았던 록스타 최곤 역은 뮤지컬 배우 김다현이, 안성기가 맡은 매니저 역은 정성화와 서범석이 더블 캐스팅됐다. 박중훈이 영화에서 부른 극중 히트곡 ‘비와 당신’도 그대로 뮤지컬에 등장한다.

기획 단계부터 뮤지컬 제작사의 러브콜을 받았던 작품은 6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미녀는 괴로워’다. 대극장 리노베이션에 들어가는 충무아트홀이 11월 재개관작으로 점찍은 작품. 영화에서는 김아중이 특수 분장으로 ‘뚱녀’와 ‘미녀’를 모두 맡아 극과 극의 모습으로 재미를 선사했지만 뮤지컬에서는 특수 분장의 한계와 변신의 제약 때문에 2명의 여배우가 따로 ‘뚱녀’와 ‘미녀’를 맡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라디오 스타’와 ‘미녀는 괴로워’는 모두 2006년 작. 올여름 선보일 왕용범 연출의 ‘달콤, 살벌한 연인’도 2006년 작품이다. 가장 ‘따끈따끈한’ 작품은 지난 연말 개봉했던 ‘용의주도 미스 신’. 영화 개봉 7개월 만에 뮤지컬로 무대에 오르는 셈이다. 제작사인 악어컴퍼니의 조행덕 대표는 “처음부터 영화 시나리오 작업과 뮤지컬 대본 작업을 병행했다”고 했다.

전도연 이병헌이 주연을 맡았던 ‘내 마음의 풍금’은 영화와 TV로 활동 무대를 넓힌 뮤지컬 스타 오만석의 출연으로 관심을 모은다. 조정석과 더블 캐스팅. 여주인공은 21일 공개 오디션으로 뽑는다.

최진실이 주연했던 1990년대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로 선보인다. 연극 ‘아트’를 연출했던 황재헌이 현재 각색 작업 중이다.

외화를 원작으로 삼은 작품도 있다. 남경주 최정원이 주연인 ‘소리 도둑’은 호주 영화 ‘에이미(Amy)’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이 밖에 대극장 뮤지컬로 추진 중인 ‘은행나무 침대’는 올가을 관계자들을 상대로 ‘워크숍 공연’을 갖는다.

라이선스 뮤지컬 중에는 배우 황정민이 주연을 맡은 ‘나인’이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8 1/2’을 원작으로 했고 3월 두산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나쁜 녀석들’(원제 Dirty Rotten Scoundrels·영화 ‘나쁜 녀석들’과는 다른 작품임)도 영화가 원작이다.

○ 잔잔한 감동 대신 로맨틱 코미디로 각색

국내 뮤지컬 제작자들은 어떤 영화를 무비컬로 만들고 싶어 할까?

한국 무비컬의 두드러진 특징은 로맨틱 코미디가 많다는 점. 뮤지컬의 주 관객이 20, 30대 싱글 여성이기 때문이다. ‘싱글즈’를 비롯해 ‘용의주도 미스 신’ ‘미녀는 괴로워’ ‘달콤, 살벌한 연인’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 대부분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내 마음의 풍금’의 경우 원작 영화는 잔잔하고 섬세한 감성이 돋보였으나, 뮤지컬에서는 코믹 에피소드를 추가해 흥겨운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어진다.

브로드웨이에서도 ‘금발이 너무해’나 ‘웨딩 싱어’ 등 젊은 여성 관객을 겨냥한 로맨틱 코미디가 있지만 그보다는 플롯이 정교한 일반 코미디가 대세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조용신 씨는 “아기자기한 남녀 사랑 이야기는 대극장 위주의 브로드웨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웨이는 장년층이 주 관객이어서 최신 영화보다 ‘헤어스프레이’ ‘컬러 퍼플’ 등 1980년대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다.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둔 영화는 오히려 뮤지컬로 만드는 데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웨스트엔드에서 공연 중인 ‘반지의 제왕’은 뮤지컬이 영화의 명성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을 듣는 사례. CJ엔터테인먼트의 김병석 상무는 “영화가 너무 유명하면 관객에게 새로움을 주기 힘든 만큼 대박 영화보다는 대본이 탄탄한 중간 규모의 작품이 무비컬로는 적당하다”고 말했다.

웨스트엔드 히트 뮤지컬 ‘빌리 엘리엇’은 그런 점에서 ‘무비컬의 교과서’로 꼽힐 만한 작품. 원작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장면을 과감히 포기하고, 이에 해당하는 장면을 공연 중반으로 가져와 아름다운 2인무로 선보이는 등 무대 특성에 맞는 연출로 원작과 다른 감동을 준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