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한 휴식이라고도 하고, 가장 값비싼 참살이(웰빙)이라고도 한다. 호사의 극치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스파(Spa)를 일컫는 말이다. 스파라는 말에 그저 온천이나 피부 관리를 떠올린다면 요즘 트렌드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아니면 휴식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광천수가 솟아나는 벨기에의 휴양 도시 스파우(Spau)에서 유래한 스파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온천과 동의어로 통했다. 2, 3년 전부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청담동 등에 피부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스파숍이 생겨나면서 스파는 목욕뿐 아니라 마사지, 피부 관리를 동시에 받는 것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피부 관리는 기본이고 지친 몸과 마음까지 다독여 주는 ‘힐링 스파(healing spa)’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힐링 스파’는 피부 미용에 중점을 두는 기존 스파와 달리 몸과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만드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울에서 가 볼 만한 ‘힐링 스파’를 소개한다.》
○ 데워진 돌로 지친 심신을 어루만지다
“심장 질환 있으신가요?”
파크하얏트서울호텔의 스파 ‘파크클럽’에 들어섰을 때 김기준 지배인이 던진 첫 번째 질문이다.
가운을 갈아입고 나오자 질문지를 건넸다.
최근에 입원했거나 수술을 한 적이 있는지, 특별히 불편한 곳은 없는지 등을 물어보는 내용이었다.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을 처방하기 위해 거치는 절차다.
뒷목이 뻣뻣하다고 하자 김 지배인은 ‘라 스톤 세러피’를 권했다.
그는 “뜨거운 돌과 차가운 돌을 교대로 사용해 스트레스와 근육통을 없애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며 “트리트먼트(관리) 차원을 넘어 심신의 건강과 균형을 되찾는 치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따뜻하게 데워진 돌 위에 몸을 누이자 마치 온돌 위에 누워 있는 느낌이 들었다.
경력 8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세러피스트(마사지와 피부 관리를 하는 치유사)는 매끈한 돌을 이용해 마사지를 했다.
나른함이 몰려왔다. 스르륵 잠이 들었다가 차가운 돌이 피부에 닿으면 깨기를 반복했다.
김 지배인은 “트리트먼트를 받는 도중에 잠이 드는 고객이 많다”며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라 스톤 세러피의 가격은 ‘얼굴’(1시간 30분)과 ‘보디’(1시간 30분)가 각각 23만 원, ‘얼굴+보디’(2시간 30분)는 34만 원.
○ 일상을 잊게 해 주는 편안한 공간의 마술
W서울워커힐호텔 ‘어웨이스파’에 들어서면 일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여행 외에 또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스파 프로그램을 받는 ‘트리트먼트 룸’은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비밀의 공간에 들어선 것처럼 단절감마저 느껴진다. 베이지색 벽면과 은은한 조명,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빚어내는 마술이다.
스파를 받기 전 10분 동안 작성한 설문지를 토대로 맞춤 처방된 스파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혈액 순환과 독소 배출을 돕는 ‘어웨이 사지’(60분에 17만 원)라는 프로그램이다.
발부터 시작해 다리-등-목-어깨 순으로 아로마 오일과 각종 로션 등을 바르는 세러피스트의 손놀림에 온몸이 무장 해제되는 듯하다.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았지만 1시간이 쏜살처럼 지나갔다.
어웨이스파 이지현 매니저는 “몸과 마음이 안정되고 편해야 피부도 아름다워지고, 진정한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단순한 피부 관리 차원을 넘어서 심신의 편안함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어웨이스파는 인도의 전통 명상의학인 ‘아유르베딕 트리트먼트’를 운영한다. 스파 이용자는 설문지 작성을 통해 자신의 체질에 맞는 마사지 스타일과 허브약초를 추천받는다. 노약자와 세러피스트가 함께 물 속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왓추’란 이름의 풀도 있다.
○ 불면증-두통에 좋은 캔들링 프로그램
그랜드하얏트호텔의 ‘더 스파’는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이어 캔들링(Ear Candling)’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아로마 향이 함유된 특수 양초(캔들)를 귀에 꽂고 불을 붙이면 초가 연소되면서 귓속의 먼지는 밖으로 배출된다. 아로마는 귓속으로 들어가 코와 목을 맑게 해 준다. 피부나 코가 아닌 귀를 통해 아로마가 흡입되게 하는 방법이다.
더 스파 관계자는 “이어 캔들링 트리트먼트는 뇌에 산소를 공급해 두통을 누그러뜨려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가격은 두피 마사지를 포함해 60분에 11만 원이다.
○ 스트레스 클리닉으로 스파 운영하는 병원도
서울 강남구 신사역 사거리에 있는 서울 코스메디클리닉은 ‘본격 메디컬 스파’를 표방하며 지난해 11월 문을 연 미용전문 클리닉이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환자들의 상태를 파악해 약 처방하듯이 고객에게 맞는 물 온도와 시간, 입욕제 등을 권한다.
의사들이 상주하기 때문에 스파뿐만 아니라 레이저 치료와 보톡스, 비만 클리닉, 스트레스 클리닉 등 의료 서비스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스파 가격은 진료비 포함해서 60분에 8만 원부터.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집에서도 스파효과 즐기세요▼
물 온도 38∼39도, 염소 제거후 입욕제 넣으면 OK
집에서도 스파를 즐길 수 있다.
집에서 스파를 잘 하려면 목욕물을 최적 상태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선 수돗물에 있는 염소부터 없애야 한다. 염소는 휘발성이 있어서 공기 중에 노출되면 증발한다. 증발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가장 높은 온도의 물을 받아서 적절한 온도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스파에 가장 좋은 물의 온도는 38∼39도다. 체온보다 약간 높은 물 온도가 지친 몸과 마음에 안정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중목욕탕에 가면 가장 넓은 탕의 온도는 여기에 맞춰져 있다. 34∼35도의 미지근한 물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40∼42도는 피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
스파 효과를 좀 더 높이고 싶다면 염소를 제거한 뒤 입욕제를 넣어 보자. 광천수 효과를 내고 싶다면 천연 소금을 넣어 주면 된다. 욕조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2큰술 정도 넣어주면 적당하다. 소금은 삼투압 작용을 해서 피부 속에 쌓인 노폐물 배출을 도와준다.
동네 목욕탕이나 사우나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쑥은 신경통, 요통, 생리통 등 여성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로마 오일을 이용하면 스파 숍에 간 듯한 기분을 좀 더 낼 수 있다.
욕조에 들어가기 전에 손바닥이나 부드러운 천에 몇 방울 떨어뜨려 향을 들이마시거나 욕조에 담근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라벤더 오일을,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바질 향 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효과가 좋다.
욕조에 들어가기 전에 물을 마시면 몸에 쌓인 노폐물이 배출되고 몸의 신진 대사가 촉진된다고 한다. 욕조에서 나온 후에는 수분 크림과 보디 로션을 발라서 몸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도록 한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