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 國學(국학)에서 학생을 평가하던 항목에 대한 기록이다. 視(시)는 살펴본다는 뜻이다. 敬(경)은 공경하다의 뜻으로, 敬業(경업)은 학업을 신중히 대하며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樂(락)은 즐기다의 뜻이다. 群(군)은 무리 또는 무리를 짓다의 뜻이다. 樂群(낙군)은 학우들과의 어울림을 즐기는 것을 가리킨다. 박(博)은 넓다는 뜻이다. 習(습)은 익히다 또는 학습하다의 뜻이다. 博習(박습)은 두루 넓게 학습하는 것을 가리킨다. 親(친)은 친애하다 또는 가까이 지내다의 뜻이다. 師(사)는 스승이다. 親師(친사)는 스승을 가까이하며 좋은 관계를 가지는 것을 가리킨다.
다른 시기의 평가 항목은 다음과 같다. 한 해가 지나면 經文(경문)을 바르게 끊어 읽으며 그 뜻을 분별하는지를 보며, 일곱 해가 지나면 학문을 논하고 벗을 선택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것들이 완전하면 小成(소성), 즉 작은 완성이라 한다. 아홉 해가 지나면 사물들의 이치를 이해하고 통달하여 굳건히 독립적으로 사고하며 正道(정도)에 위배되지 않는지를 살핀다. 그것이 완전하면 비로소 大成(대성)이라고 한다.
학업을 공경하며 학우들과 즐겨 어울리는 것은 배움의 작은 완성으로 가는 과정의 초보단계라고 하였다. 그런데도 오늘날에는 학업이 단지 직업이라는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만 여겨지며, 또한 경쟁 속에서 남들과의 어울림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흔하다. 폭넓은 학문과 전통의 계승도 점차 어려워지는 듯하다. 굳이 학문의 영역이 아니라도 사람과의 어울림이 적어지는 세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리라. ‘禮記(예기)’의 ‘學記(학기)’에 나오는데, 새해에 은사님께서 들려주신 말씀이기도 하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