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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스인훙]중국의 발목을 잡는 것들

입력 | 2008-01-11 03:00:00


최근 중국의 대외 국면에서 나타난 새로운 특징은 다양하고 번잡한 문제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돌출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막대한 대중국 무역적자는 가장 대표적 문제로서 미국에서 점차 정치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민주당의 보호무역 경향이 뚜렷한 가운데 미국의 대선이 예정돼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유럽의 무역 갈등도 함께 심각해지고 있다. 유럽도 미국처럼 중국에 강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출현한 중국 상품의 안전 문제와 미국 달러화의 약세, 유가 급등, 중국의 물가 폭등이 겹치면서 중국과 미국, 유럽 간의 무역 갈등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지구환경 문제는 세계정치의 최대 화두다. 중국이 추구하는 ‘불균형 발전 전략(성장 위주의 경제정책과 흑자 위주의 무역정책)’과 갈수록 심화되는 생태환경 문제로 중국은 필연적으로 국제사회로부터 기대와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올해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 하지만 일부 비정부기구(NGO)들은 체육을 정치와 결부시켜 중국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린다.

대표적인 게 바로 달라이라마 문제다.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NGO들이 상호 연계해 장기간 캠페인을 벌인 결과 미국 독일 캐나다 정부가 티베트 분리주의자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를 잇달아 초청했다. 이런 일은 앞으로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무역, 환경, 베이징 올림픽, 달라이라마 등 중국이 직면한 문제의 근원에는 단순히 세계 200여 주권국가만 있는 게 아니다. 최근 중국을 성가시게 하는 주체는 국회의원, 무역기구, 소비자, 노동자, NGO, 대중매체, 민간인사 등 다양하기 그지없다. 전 지구 차원의 시민사회가 출현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통치체제와 정치문화, 정치경험의 특성상 이처럼 복잡다기한 행위 주체들에게 유효적절하게 대응할 능력이 크게 부족하다.

국가간 관계 위주의 전통적 국제체제와 비교할 때 방대하고 복잡하며 능동적인 전 지구적 시민사회의 발전은 중국이 직면한 새로운 도전이다.

정치와 군사, 외교 영역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1월 중국이 위성요격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하자 세계는 ‘중국 군사 위협론’을 거론하며 한동안 시끄러웠다.

대만 명의로 유엔에 가입하기 위해 올해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는 대만은 또 다른 위험요소다. 중국은 대만을 향한 정치·군사적 위협과 통일의 완급 조절이라는 2가지 문제 사이에서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미국은 최근 동아시아에서 반(反)테러 외교를 강화하면서 북한과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커다란 진전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은 중-일 관계를 제외하면 거의 정체 단계다.

2002년 중국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 당시 중국은 현재를 전략적 기회로 보고 ‘평화발전관’을 외교이념으로 제창했지만 세계정치의 형세와 조류는 그 후 크게 바뀌었다.

중국이 세계정치의 형세와 조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과거의 성취와 전략에 얽매여 전략 조정에 실패한다면 중국은 세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쇠퇴할 것이다.

따라서 매우 중요한 이 역사적 시기에 중국이 직면한 국내외 문제의 가장 큰 근원이자 개혁 개방 이후 줄기차게 추구해 온 ‘불균형 발전모델’을 이제 ‘과학발전관’의 지도이념 아래 바꿔야 한다.

이 큰 관문을 넘어야만 중국은 세계정치 조류 속에서 계속 비약적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스인훙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