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 대신 국보 숭례문.’
이르면 내년부터 국보와 보물의 일련번호가 없어진다. 이 번호가 없어지면 국보 1호 교체를 둘러싼 논란도 사라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국보 1호를 훈민정음 해례본이나 석굴암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에서 문화재 등급분류체계 개선안을 논의한 뒤 상반기 중 공청회를 열고 하반기에 문화재보호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개선안에 따르면 1등급 문화재인 국보와 2등급 문화재인 보물, 중요무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사적, 명승, 사적 및 명승, 천연기념물로 돼 있는 현 등급체계가 1등급의 국보와 2등급의 보물, 중요무형문화재, 천연기념물, 명승으로 바뀐다. 보물은 다시 사적, 건축문화재, 미술문화재, 기록문화재, 민속문화재로 세분된다.
개선안은 국보와 보물에 붙이던 번호를 없애는 대신 하위 분류체계(사적 건축문화재 등)에 새 번호를 부여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국보 1호 숭례문’은 ‘국보 숭례문(건축문화재 1호)’, ‘국보 32호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국보 해인사 팔만대장경(기록문화재 1호)’으로 바뀐다.
국보와 보물의 일련번호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면서 일제가 우리 문화재에 편의상 붙였던 번호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국보에 번호를 붙이는 나라는 한국과 북한뿐이며 일본은 관리용 번호를 매길 뿐 대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개선안은 보물만 국보 승격이 되도록 한 현 체계를 바꿔 무형문화재 천연기념물 명승도 국보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도 화산과 용암동굴도 국보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문화재청은 또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있는 원각사지 10층 석탑(국보 2호)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전하고 원래 자리에는 복제품을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원각사지 10층 석탑은 표면 훼손이 심각해 2000년 유리 보호각을 씌워 놓은 상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