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가 말하는 스타/권재현 엮음/240쪽·1만1000원·물레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이윤정 PD, 영화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 김우림 서울역사박물관장, 정우 스님,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소설가 김별아 씨, 만화가 이두호 씨, 가수 김장훈 씨, 첼리스트 장한나 씨, 최인아 삼성그룹 전무….
이들을 포함해 연극 연출가, 도보여행가, 디자이너, 사진작가, 뮤지컬 연출가 등 32명이 이 책의 저자다. 도저히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운 사람들….
가수 조용필 김창완 씨,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 코미디언 유재석 씨, 영화배우 이영애 씨, 연극배우 박정자 씨, 축구선수 황선홍 씨, 골프선수 최경주 씨, 바둑기사 조훈현 9단, 문학평론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이 책의 주인공들 역시 공통점이 없다.
어떤 책이기에 이 유명한 사람들이 총출동했을까. 이 책이 ‘세상에 알려진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은, 세상에 알려진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2006년 10월부터 1년여간 동아일보 토요일자에 연재된 ‘내 마음속의 별’에 실린 이야기 중 독자 반응이 뜨거웠던 글 32편을 모았다.
머리말의 표현처럼 ‘마음속 별’은 “한때의 열병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의 풀무를 거치며 삶의 고단함을 달래 주는 진통제가 되고 영혼의 고독을 지켜 주는 울타리가 되고 인생의 항로를 찾아 주는 나침반이 되는 그런 누군가”다. 저자들은 “그런 누군가”에 대한 애절한 짝사랑의 심정을 유려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빚어냈다.
서로 전혀 알지 못할 듯한 작가 학자 스포츠스타 영화배우 종교인의 인연에 놀라는 ‘크로스오버’의 재미와 함께, 10대의 전유물에서 벗어난 성숙한 스타덤문화와 팬덤문화를 만끽할 수 있다. 책에는 본보에 소개되지 않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전상인 교수의 나훈아 씨 이야기가 포함됐다.
송호근 교수는 조용필 씨를 “뭇사람의 고해성사를 들어주는 성직자 같은 가수”라고 표현한다. 도보여행가 김남희 씨에게 가수 이문세 씨는 “가끔씩 내가 걷고 있는 길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때면 편지를 쓰는 대상”이다.
글 꼭지마다 기자들이 쓴 뒷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남희 씨가 글을 썼다고 전하자 “남식이…아니 남희가 제 이야기를 해요?”라고 놀라며 반가워하는 이문세 씨의 모습, 조훈현 9단에 대한 ‘짝사랑’을 털어놓은 김장훈 씨가 아마 5단 정도의 뛰어난 바둑 실력을 지녔다는 이야기도 그렇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