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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32년 캐러웨이 美상원의원 선출

입력 | 2008-01-12 02:56:00


우연한 계기로 생각지도 않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1878년 미국 테네시 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해티 W 캐러웨이라는 여성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열네 살에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똑똑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 사회에서 여자가 할 일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자처럼 그 역시 사회 진출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미국 최초의 여성 상원의원’이라는 수식어로 미국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결혼이 출발점이었다. 대학에서 만난 태디어스 H 캐러웨이와 결혼한 그는 아칸소 주로 이주했다. 법학 공부를 마친 남편은 정계에 입문했고 1912년 민주당 소속으로 상원의원에 선출됐다. 남편이 정치인의 입지를 다지는 동안 해티 여사는 가사를 돌보며 내조에 충실했다.

운명이 바뀐 것은 1931년 11월. 3선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던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떴다. 보궐선거가 두 달 뒤로 정해졌다. 아칸소 주지사는 보궐 선거 때까지 공석을 지킬 사람으로 해티 여사를 지명했다. 고인(故人)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다.

해티 여사는 조용히 남편의 자리를 지켰지만 남편이 그랬듯 농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에는 적극적이었다. 보궐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되기 직전 해티 여사는 출사표를 던졌다.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가 입후보하자 한 경쟁 후보는 “30만 표 가운데 페미니스트들과 친구들 표를 합쳐 3000표 정도 얻으면 다행”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1932년 1월 12일 치러진 선거에서 그는 일곱 명의 후보를 제치고 상원의원에 선출됐다. 아칸소 주 구석구석을 돌며 농민의 권익 보호를 역설한 덕분이었다. 매스컴은 미국 최초로 여성 상원의원이 선출된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그는 농민들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1938년 선거에서도 그는 ‘아칸소 주는 남자 상원의원을 필요로 한다’는 구호를 내건 경쟁자를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70여 년이 흐른 지금 미국에선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티 의원이 무너뜨리기 시작한 ‘금녀(禁女)의 벽’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완전히 허물어뜨릴 수 있을까.

해티 의원은 남편의 뒤를 이어 상원의원이 됐고, 힐러리 의원 역시 남편에 이어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 뿐이지만 흥미로운 대목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