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운하가 지나가는 주요 지역에 여객터미널 47곳과 화물터미널 12곳이 생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은 대구 지역에 2개의 내륙항구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 금호강 유역에 들어설 내륙항구 조감도. 사진 제공 한반도대운하연구회
금융-건설사 적극 뛰어들면 청신호… 참여 꺼려 유인책 내걸면 적신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한반도 대운하’ 건설 사업이 국민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접점 없는 논쟁으로 일반 국민은 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경부운하의 쟁점을 집중 조명해 본다. 》
1968년 2월 경부고속도로가 착공되자 당시 야당은 극력 반대에 나섰다. 반대 이유에는 “부유층이 유람하는 길로 전락한다”는 등 감성적인 주장도 있었지만 ‘경제적 타당성’(경제성)이 매우 적다는 게 주요 근거였다. 야당은 “고속도로를 달릴 차도 없는데 무슨 고속도로냐”, “막대한 건설비가 들어 정부 재정이 파탄난다”며 경부고속도로의 효용 여부를 집중 부각했다. 경부고속도로는 1970년 7월 7일 완전 개통돼 국가 근대화를 위한 동맥 역할을 했다. 1968년 설립된 포항제철도 비슷한 경로를 걸었다.
1987년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 비롯된 새만금 간척사업은 갯벌을 없애는 대신 대규모의 농지를 확보하겠다는 경제 논리를 바탕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1조8000억 원이던 당초 사업비가 3조6000억∼6조 원 규모로 불어났고 반대론자들의 법적 대응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비(非)경제적 사업의 전형’이라는 오명에 시달렸다.
1987년 착공된 시화호 간척사업은 물막이 공사가 끝나자 호수가 썩어 들어가 ‘죽음의 호수’로 전락해 호수를 되살리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다.
이처럼 대형 국책사업이 추진되기 전에 그 사업의 경제성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명박 당선인이 추진하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둘러싸고도 ‘경제성’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경제성은 환경 영향과 함께 운하 건설의 타당성을 판가름할 핵심 쟁점. 그러나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제시하는 경제성 분석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비용 대비 편익’의 분석결론(B/C비율·1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음)이 ‘경제성이 있다’와 ‘없다’로 나뉘는 것.
찬성 측은 경부운하의 비용 편익 분석 결과 B/C비율 2.3으로 나온 만큼 사업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공사비 14조1000억 원(이 당선인 측 추정치)을 포함한 총비용이 16조2863억 원인 데 비해 골재 판매 이익 8조3432억 원 등 총편익은 37조4999억 원이라는 것이다.
반면 반대 측은 비용 대비 편익이 0.05∼0.28에 그쳐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총편익은 1조∼3조6000억 원에 그친 반면 총비용은 14조1000억∼20조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객관적이어야 할 경제성 분석 결과가 이처럼 큰 차를 보이는 주요한 이유는 비용 편익 분석을 구성하는 항목에 ‘경부운하 건설에 따른 산업 파급효과’를 포함하느냐에 대한 견해차에 있다. 찬성 측은 산업 파급효과를 11조7000억 원으로 계산해 총편익에 포함한 반면, 반대 측은 이 항목을 아예 분석에서 빼버렸다.
대표적인 반대 측 인사인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경제성을 분석할 때 산업 파급효과와 같은 간접 편익은 그 추정치가 갖는 이중 계산 가능성 등을 감안해 비용 대비 편익을 산정할 때는 포함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수송비 절감 편익이나 교통혼잡 완화 편익, 관광 편익 등을 계산에 포함한 뒤 산업 파급효과까지 넣는 것은 전형적인 중복 계산이라는 것.
이에 대해 찬성 측은 “공공사업 타당성 조사의 기준이 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일반지침 수정·보완 연구(제4판)’에는 ‘직접 편익은 공공사업의 일차적인 목적과 관련된 편익’이라고 돼 있다”고 맞선다. 운하 사업은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산업 파급효과는 직접 편익으로 분석에 포함해야 한다는 논리다.
양측이 나름의 근거를 갖고 팽팽히 맞서 있는 데다 미래의 사업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경제성을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경제성 분석은 양측을 대변하는 전문가들보다 민자(民資)사업인 경부운하에 돈을 대고 공사를 직접 맡을 금융권과 건설사들의 앞으로의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업은 성과와 위험을 민간이 모두 떠안아야 하는 민간 제안 사업이기 때문에 민간이 이 사업에 앞 다퉈 뛰어든다면 경제성이 있다고 볼 이유가 있다. 반대로 민간이 참여를 꺼리고 정부가 할 수 없이 각종 유인 조건을 내걸거나 2006년 1월 폐지된 ‘최소운영수익보장제’ 등을 부활시킬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