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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 증후군?

입력 | 2008-01-14 02:58:00


美軍 제대후 사회적응 실패

살인 연루 6년만에 2배로

이라크전쟁에 참전했던 미국의 매슈 세피(20) 씨는 2005년 라스베이거스의 한 편의점에서 맥주를 산 뒤 나오다가 갱 단원들과 마주쳤다. 그는 생각할 틈도 없이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갱 2명이 사망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순간적으로 전투 상황으로 착각했다. 전장에서 돌아온 뒤 밤에 무장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나갈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은 지역신문에 ‘이라크전 참전 용사, 살인 혐의로 체포되다’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됐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그 후유증으로 살인사건 등에 연루된 미국 참전 군인들이 급증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예전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이 귀국 후 후유증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살인과 자살사건을 일으켰던 불행한 과거가 오늘날 되풀이되고 있는 것.

이 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이라크전과 아프간전 참전 군인이 연루된 살인사건은 지금까지 121건에 이른다. 자살은 13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참전 군인은 2명이다.

살인사건은 대부분 전투후유증, 알코올 남용, 가족 불화 등으로 일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피해자들은 아내나 여자친구, 자녀 등 주변 사람이 많았다. 팔루자 전투에서 부상한 한 참전 용사가 두 돌된 딸을 벽에 부딪쳐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간전이 시작된 2001년을 기점으로 이전 6년과 이후 6년 동안 미국 본토에서 현역 군인과 제대 군인들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비교했다.

전쟁 이전에는 184건이었지만 전쟁 이후에는 이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349건이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