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理知논술/사례로 보는 논술답안 작성법]논제 이탈 금지

입력 | 2008-01-14 02:58:00


논술의 제1계명 ‘논제를 벗어나지 말라’

북소리 둥둥 울려

사람 목숨 재촉하네.

고개 돌려 바라보니

해도 지려 하는구나,

황천에는

주막 한 곳 없다 하니,

오늘 밤은

어느 집에 묵고 간담?

[논제] 위의 시는 성삼문(成三問)이 죽기 전에 쓴 절명시(絶命詩)이다. 이 시에 나타난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 세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기술하시오. (400자 이내)

○ 학생 답안

이는 화자에게 죽음보다도 중요한 다른 가치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 가치란 ①단종에 대한 충성, 사육신과 생육신의 간절한 마음이 될 것이다. ‘오늘 밤은 어디서 묵고 가나’라는 구절을 보면 죽음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②시적 화자는 죽어서까지도 화자의 충성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 대안 답안

동질한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화자는 ‘간다’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죽음에 의한 타의적 선택이 아닌 자의적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화자가 죽음과 삶을 같은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시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쓸쓸한 느낌과 ‘주막 한 곳 없다 하니’의 표현 등을 보았을 때 화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지만 황천이라는 곳이 돌아올 수 없는 공간이라는 점과 외롭고 쓸쓸한 공간이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논제 이탈

논술에서 가장 무서운 단어는 ‘논제 이탈’이다. 예를 들어 ‘세계화의 이점과 단점을 논술하시오’라는 논제에 대해 ‘미국 중심의 세계화’ 또는 ‘세계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논술하는 것과 같다. 논제 이탈이 논술에서 가장 무서운 이유는 채점의 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논술은 보통 기본 점수를 바탕으로 거기에다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채점이 이루어지다. 하지만 논제를 이탈한 답안은 기본 점수마저 받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 논제 연구

‘위의 시는 성삼문이 죽기 전에 쓴 절명시(絶命詩)이다. 이 시에 나타난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 세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기술하시오.’

논제의 요구사항은 시에 나타난 (화자의 인식)을 기술하는 것으로 ‘삶과 죽음’ ‘사후세계’에 대해서 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 답안을 보면 시에 대한 배경지식을 활용하여 ‘교과서적 해석’을 드러내고 있다.(①, ②) 반면에 모범 답안에는 그러한 배경지식이 전혀 동원되지 않고 시 자체를 ‘삶과 죽음’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실수는 학생들이 ‘알고 있는’ 내용의 제시문 혹은 시(詩)가 출제될 때 자주 벌어지는 현상. 아는 것을 어떻게든 전달하려는 ‘교과서’적 답변이 논제 이탈을 부르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논제 이탈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논술은 주어진 제시문을 활용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지 기존 지식의 양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다. 따라서 아는 내용의 제시문이 나왔다고 해서 기존의 배경지식을 동원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논제에 따른 적합한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고득점의 지름길이다.

김종두 학림학원 논술연구소 상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