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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세계화와 그 불만

입력 | 2008-01-16 02:58:00


《“세계화가 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개선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것이 달성되도록 돕는 방식으로 국제적인 경제기구들이 개선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이들 기구가 어떻게 고쳐져야 할지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왜 그것들이 실패했으며, 왜 그토록 처참하게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와 그 불만’은 오해가 많은 책이다. 인지도만큼이나 잘못 알려진 것도 많다. 특히 세계화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세계화 부정’의 교본처럼 읽힌다. 그러나 저자는 결코 세계화를 반대하지 않는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말대로 “오히려 이 책은 세계화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다만 ‘세계화와 그 불만’은 현재 진행되는 세계화가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목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인간적인 세계화’를 이룰지 고민한다. 즉 세계화의 장점을 인정하되 일방적으로 시장경제를 밀어붙인 운용 주체에 비판의 날을 세운다.

“세계화를 포기하는 것은 그럴싸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세계화는 엄청난 이득을 가져왔다. (…)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큰 사회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활동적인 세계 민권사회를 이룩했다. 문제는 세계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관리되느냐에 있다.”

저자가 지목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국제 경제기구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세계무역기구(WTO) 등은 세계화 기치 아래 게임의 규칙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이 규칙은 ‘너무도 자주 선진국 이익에 더 많이 봉사하는 방식’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경제와 사회를 바라보는 특정한 시각에 의해 형성된, 특정한 좁은 사고방식으로 세계화에 접근’함으로써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저자는 비판했다.

여기서 특정한 시각과 사고방식이란 시장주의를 일컫는다. 물론 저자는 시장주의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장점이 많은 제도로 판단한다. 그러나 어떤 것과 마찬가지로 ‘완벽하지는 않다’. 이는 미국처럼 시장주의가 정착된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소득 양극화 같은 불안요소를 끊임없이 견제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당선인은 시장주의의 기능을 중시합니다. 그러나 성장만을 강조하는 시장주의에서는 소득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도 존재하죠. 이 당선인이 사회적 양극화를 제어하면서 바람직한 세계화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이 책 ‘세계화와 그 불만’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계화와 그 불만’이 지닌 미덕도 여기에 있다.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상생을 위한 공동 노력을 주창한다. 특히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저자이기에 내부에서 오는 자기반성의 울림이 크다. 더욱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2001년)임에도 문장이 어렵지 않다.

결론적으로 저자에 따르면 세계화는 ‘가치중립적’이다. 그 자체가 좋거나 나쁜 게 아니며, 삶의 질을 개선하는 힘이다. 하지만 이 땅에서 세계화는 언젠가부터 찬성 아니면 반대, 남과 우리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 1997년 통렬했던 외환위기 탓이 크겠지만…. 이제는 극복할 때도 됐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