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KCC)은 13일 삼성과의 경기가 끝난 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눈물을 쏟았다. 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그는 한데 엉켜 환호하던 동료들을 뒤로 한 채 어디론가 사라져 주위를 의아하게 했다.
이날 KCC는 1점 뒤진 종료 2.1초 전 터진 추승균의 슛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워낙 극적인 승부였기에 서장훈이 그럴 만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게다가 그는 지난 시즌까지 뛰던 삼성에서 KCC로 옮기면서 절친한 선배인 이상민이 자신 때문에 떠났다는 사실 등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그럴듯한 일부 언론의 분석까지 곁들여졌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다음 날 전화를 걸어온 서장훈은 “승균이와 껴안으며 축하를 해 주는데 외국인 선수 제이슨 로빈슨이 너무 기뻐 달려들다 검지로 그만 내 왼쪽 눈을 찔렀다”고 털어놓았다. 너무 아파서 안약이라도 넣으려고 서둘러 라커룸으로 뛰어갔다고.
“제 눈물에 이런저런 의미가 붙으면서 괜히 친정팀 삼성에 서운한 감정이라도 있는 것처럼 비친 게 아닌가 싶어 미안했어요.”
평소 잘 울지 않는다는 서장훈이 진짜 눈물이라도 쏟으며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던 때는 최근 따로 있었다. 삼성과의 경기 바로 직전인 11일 오리온스와 만났을 때였다.
서장훈은 1점 앞선 종료 24초 전 자유투 2개를 얻었으나 모두 실패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보였다. 올 시즌 82%의 자유투 성공률로 이 부문 4위에 올라 있는 그는 “더 긴박한 상황에서도 그렇지는 않았다. 넣었다면 그걸로 경기가 끝난 거나 다름없었는데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스트레스가 심해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했다. 심지어 가까운 후배 김승현이 있는 오리온스가 11연패를 탈출하도록 봐준 게 아니냐는 괜한 의혹에 휘말려 답답하기만 했다.
“항상 주위의 시선이 집중되다 보니 속에 있는 감정을 드러내기도 힘들어요. 제가 직설적인 성격이라 더 어렵네요.”
스타의 자리는 화려해 보이지만 말 못할 애환도 많은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